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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서 Apr 21. 2020

이직 고민, 지금 그 생각 맞아요?

이 시국에도 참을 수 없는 욕망, '이직'

우선 이 글은, 대기업, 공기업, 혹은 그에 준하는 기업/사업체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에게는 굳이 필요치 않을 것임을 먼저 알린다. 물론 필자의 경력과 경험을 토대로 나온 글인 만큼 그 누구에게도 정답은 될 수 없지만, 이직을 준비하거나 단순한 니즈가 있는 직장러들에게 한 번쯤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적어본다.



조건 A, 조건 B, 조건 C.. 어디로 이직해야 할까요


직장인들, 그중에서도 일명 '퇴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 내에서는 하루 최소 1번 이상은 올라오는 글들이 있다. 그리고 그중 99퍼센트는 '나는 현재 이런 회사(A)에 다니고 있는데, 지인의 권유로 오퍼가 들어온 회사(B), 급작스레 이직 제안요청이 온 회사(C) 등, 준비치 못한 상황에서 갑자기 이직을 '해야만 할 것 같은' 상황에 놓인 입장에서의 고민 글이다.  재밌는 ,  글을 쓰는 대부분이 퇴사할 용기도 없으면서 이직부터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나는 대부분, 이런 글들에 조언을 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어떤 질문은 아무 생각 없이 물어보는 망상에 가깝다는 생각도 든다. 어떤 선택이든 후회는 따를 수밖에 없고 만족스러운 회사 또한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를 바라는 진심 어린 마음으로 몇 자 적어본다.


1. 아무리 급해도, 준비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스런 이직은 하지 말자.
2. 아무리 궁해도, 단순 지인 추천(ex. 불명확한 조건) 이직은 하지 말자.
3. 아무리 워라밸을 추구하더라도, '돈'과 '복지'에만 포커싱 된 이직은 하지 말자.


조금만 생각해보자.

평소처럼 그다지 나쁘지도 만족스럽지도 않은 곳에서 그런 정도의 일을 하고 있던 어느 날, SNS의 스폰서 광고, 심심해서 들어가 본 이직 준비 앱, 구직사이트에서의 '어떤 글'을 보았다. 혹은 갑자기 '여기 자리 났는데..'같은 지인의 연락을 받는다. (그 지인은 진짜 지인일 수도 있고, 대학 선배일 수도, 친구일 수도, 이 전 회사의 동료 또는 상사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별로 상관없다.)


직장 생활에는 3, 6, 9의 법칙이 있다는 말을 들어봤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여기, 맨 앞에 1을 더한다. 지금 저 위의 상황들이 뭔가 복잡한 나열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결론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부의 요인으로 인해 이직을 꿈꿔보는 시기'가 포인트이다. 아무 생각 없이 일을 하다가 갑자기 훅! 들어오고 마는 것이다.


연봉 OOO 정도는 더 올리고, 여기보다 나은데로 갈 수 있을지도.

그래, 정말 그럴 수도 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런 확신을 가진 사람은 길 가다 닭꼬치를 사 먹듯 어느 날 갑자기 이직을 하진 않는다.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


3번 케이스는, 소위 말하는 '짬'이 생기니 보이는 것들이다. 짬이 생기니 갑자기 지금 회사의 복지나 연봉이 아쉬워진다. 사실 3~5년 정도 한 바닥에서 구르다 보면 내 존재와 가치에 대해 의심하고, 의심하다 보니 이 회사의 대우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연봉도 썩 만족스럽지 않고 복지도 딱히 없다. 그러면 결국 나는, 나의 가치에 비해 그다지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리고 갑자기 들어온다! 구직 앱/사이트에서 평균 연봉을 조회해보거나, 동종업계의 소위 '잘 나가는' 케이스를 보며 짜증과 현타가 밀려온다. '아니, 내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떠올린다. 2020 연봉 실수령액도 찾아본다. 이다음 점프만 잘하면, 왠지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만 같다. 반은 사실이고 반은 판타지다. 준비 없는 '갑자기' 말로는 그다지 좋지 못한 케이스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만일 3~5년간 존버를 하면서 나 브랜딩이 확실하게 되어 있고, 내 가치를 객관적으로 나타낼 수 있으며, 경력 대비 레퍼런스와 스킬이 좋은 경우라면 추천한다. (사실 이 짬에는 그게 맞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은 아무 생각 없이 산다.

그리고 이 모든 이직의 관점은, 딱 하나다.

나는 얼마인가.



당연히 자본주의에서 돈 없으면 살 수 없고, 잘 놀아야 일도 잘하고, 잘 놀려면 돈이 필요하다. 그런데 100세 시대를 넘어 120세 시대를 전망하는 요즘 막연하게 이직 점프를 생각하는 것은 취업 시장에서 제 살 깎아먹기와도 같다. 미래 보장 또한 없는 이 시대에 창업을 (완벽히) 준비하거나, 최소 졸부가 아닌 이상 우린 직장인으로 거의 영원히 살아야 한다. 그리고, 조직에 몸 담는 이상 아래로 떨어지는 일보다는 미약하게나마 위로 올라가는 길 밖엔 놓여 있지 않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된다.

내가 지금 받는 연봉, 그리고 이직 점프 후에 받을 연봉, 그리고 그다음의 연봉.

그리고 각 시기의 연봉에 따른 내 가치. 내 능력.


과연 내가 받고자 하는 만큼, 나에게 이만큼 주고 싶어 할까? 점프는 계획한 대로 잘했는데, 여기서 계속 존버 할 수 있을 것인가? 존버 한다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인가? 존버 하지 않고, 이직한다면 더 오를 연봉에 대한 준비는 되었는가? 오히려 마이너스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오진 않을까?


이런 질문들에 90% 확신 아니, 70%라도 확신에 찬 답을   있다면,

이직, 해라.


후려치기라는 말이 있다. 연봉이든 경력이든 후려치고 들어가는 그 순간, 자괴감이 몰려온다. 그러나 변화 없는 나를 뒤로하고 체계 없는 회사, 발전 없는 회사에서 햇수만 쌓고 물 경력이 돼 버렸다고, 그래서 경력이 썩 좋지 못해 이직이 힘들다는 생각은 정말로 위험하다. 이 마저도 인지하지 못하고 <존버 햇수 = 경력 차수>라고 착각하거나 '어디 다니는 누구는 얼마를 벌고 워라밸까지 누리던데~' 같은 말에 휘둘리고 있다면, 기업의 입장에서 당신은 아직 후려칠만한 대상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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