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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ssis May 13. 2018

[독서토론] 필경사 바틀비

당연함을 거부하는 단호함.

[독서 리뷰]

『필경사 바틀비』(허먼 멜빌 · 하비에르 사발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 원제: Bartleby, the Scrivener, 1853년)




바틀비(Bartleby)는 한결같이 이야기합니다.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I would prefer not to)"


청년 실업률 11.6%의 시대, 알바와 공시생까지 포함할 경우 청년 실업률은 24%까지 상승합니다. "저에게 제발 (일)할 것을 주십시오!"라고 부르짖는 시대에서 바틀비는 다시 한번 이야기합니다.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이러한 바틀비의 결정을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자본가에 대항하는 노동자의 정당한 파업? 노동의 가치를 모르는 개인적인 일탈? 삶의 가치를 부정하는 허무주의자?

하지만 바틀비 개인에게로만 파고들 경우 이 문제는 절대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계열화[系列化, tracking]를 통하지 않고 현상 그 자체만을 파악하려 할 경우 우리는 오류에 빠지기 쉽습니다.




바틀비가 처한 사회적 맥락을 파악할 경우 우리는 세 가지의 범주를 도출해낼 수 있습니다. 


1. 시기: 1853년 작품이기 때문에 애덤 스미스(1723 ~ 1790)에 의한 자본주의의 고착화,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1766 ~ 1834)에 의한 사회 불평등의 옹호가 이루어지는 시기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 장소: 원제인 Bartleby, the Scrivener: A Story of Wall Street를 통해서 바틀비는 자본주의의 한 복판인 월가에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 직업: 바틀비의 직업인 '필경사(scrivener)'는 변호사가 처리해야 할 수많은 서류 작업 및 심부름을 대신하여해주는 일종의 필기 노동자이며 권력과 고용의 사슬에 걸려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체에서 바틀비는 '하지 않는 것'이 아닌 '안 하는 편을 선택'합니다.




미국 최고의 갑부인 존 제이컵 애스터라는 사업가에서 변호사를 통해서 필경사로 이어지는 권력과 고용의 사슬을 거부합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계약 및 법률에 기초해서 이루어지게 되는 사회질서에도 단호하게 거부합니다. 해고된 이후에도 사무실 및 건물에서 나가지 않으며 개인의 사적 소유를 거부합니다. 그러던 바틀비는 끝내 밥 먹는 것조차도 거부합니다. 그리고 끝내 바틀비는 죽습니다. 아니, 살기를 거부합니다.


하지만 작품 내에서 바틀비는 죽는 것을 택함으로써 완벽하게 이루어냅니다. 반기표를..


기표[記標, signifiant]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1. 후기표: 사회체를 그대로 답습하며 사회구조를 더욱 굳건하게 하는 작용

2. 반기표: 사회체를 거부하거나 저항하며, 사회구조에 대립각을 세우는 작용

3. 탈기표: 사회체에서 이탈하며, 차이를 만들어내고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는 작용


바틀비는 150년 전에 사회체에 반기표를 들고 사회체에 균열을 내며 우리에게 과제를 던져주었습니다.

자, 이제는 우리가 할 차례입니다.


탈기표를!

인문학공동체 에피쿠로스에서 『필경사 바틀비』로  토론을 거친 후의 개인적인 독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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