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의 화려함이 꿈을 삼키지 않게

저소비, 과소비의 반대

by Lessismore

외국에서 한국 뉴스를 접하면 객관적으로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떠난 지 10년이 된 한국은 그동안 좋게 변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아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특히 SNS를 하며 한국 사람들의 생활을 구경하면, 모두들 여행을 다니고 비싼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러닝을 하며 자동차의 시트와 핸들이 드러나게 사진을 올립니다. 비단 한국만의 트렌드는 아닐 테지만, 어떻게 이렇게 똑같은 여행 코스로 다니고 같은 음식점을 가며 모두가 러닝을 하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남과 같은 삶이 한국 사람들의 SNS에서 더 많이 보입니다.


최근 가장 불편했던 것은 ‘가난 자랑 챌린지’였습니다. 원래는 부유한 ‘척’하는 사람들이 가난한 ‘척‘하며 유머스럽게 올리는 게시물인데, 도무지 공감도 이해도 되지 않았고 기괴한 느낌이랄까요. 제가 이수지 씨의 영상에서 몽클레어에 긁힌 사람들이 그것을 유머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에 공감하지 못했는데 ’가난 자랑 챌린지’ 본 뒤에는, 웃어 넘어가기가 어려웠습니다. 불쾌하더군요. 아마도 제가 부유함보다 가난 쪽에 속해서 그런가 보다 싶었습니다.


대부분의 청년들은 취업난으로 힘들고, 결혼을 하고 싶어도 집을 구할 수 없는 형편에 처해 있습니다. 이 사실이 분명한데도 많은 사람들이 여행과 맛집에 빠져있는 모습을 보면, 양극화라기보다 더 큰 꿈을 포기하고 현실의 작은 기쁨을 택한 것 같아 슬픕니다. 나는 평범한 사람인데 YOLO 마인드로 여행과 고급 식당, 명품을 통해 위안을 얻는다면, 이것은 과소비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들이 젊음을 낭비하게 만든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제 주변에는 대기업에 다니며 부족함이 없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대기업에 다닌다고 해서 정년 퇴직이 보장되는 시대는 아닙니다. 40대 중반까지 열심히 일한 뒤에는 50대부터는 회사에서 ‘나가 주기를’ 바라는 포지션이 되기도 하고, 버티는 시기가 찾아옵니다. 그런데 20·30대를 과소비하며 살아가면 40대의 생활은 어떨까요? 여행에서 얻은 영감과 사치스러운 소비 습관이 계속 그 삶을 떠받쳐 줄까요?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저도 젊을 때 과소비를 일삼았기 때문입니다. 40대 중반이 되어서야 나를 고치겠다고 결심란 것이 후회됩니다.


저소비는 짠순이·짠돌이의 소비가 아닌, 과소비의 반대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삶을 현명하게 준비하며 나에게 맞게 소비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준비되어 40대가 되면, 좋아하는 후배에게 메뉴판 가격을 보지 않고 밥을 사줄 수 있는 멋진 선배가 되고 굳이 SNS에 자랑하지 않아도,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 남아 그들과 사는 것을 나누며 그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저소비는 절약이 아니라 준비입니다. 지금을 조금씩 비우면, 나중에 더 넉넉한 사람이 되어 좋아하는 이에게 부담 없이 베풀 수 있습니다. 과시 대신 지속 가능한 행복을 선택하는 삶 — 그게 제가 말하는 저소비입니다.


오늘의 작은 절제는 내일의 큰 여유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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