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고급은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 삶이 평온해지는 방식
최근 새해를 맞아 작은 습관들을 고쳐 보자며 Atomic Habits를 읽었습니다. 그중에 “더 나은 습관을 가장 효율적으로 만드는 방법은, 자신이 원하는 행동이 자연스러운 집단에 들어가는 것이다”라는 구절이 특히 와닿았습니다.
외국에서 주재원 아내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에서 10년 정도 지내며 다양한 한국 분들을 만나봤습니다. 저도 직장 생활을 십 여년 했던 터라 “다양한 사람을 만나봤다”고 생각했지만, 같은 대학이나 같은 지역의 사람들은 서로 닮아 있는 경우가 많더군요. 반면 이 작은 한인 커뮤니티에는 대한민국 팔도에서 온 온갖 사람들이 모여 있어 가끔은 문화적 충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다른 분들도 저를 보면 비슷한 생각을 하시겠지요.)
직장을 휴직하고 갑작스레 외국 생활을 하며 전업주부가 된 분들은 예상치 못하게 혼자만의 시간이 생깁니다. 어떤 분은 도우미에게 집안일을 맡기고 골프 등 운동으로 시간을 보내고, 어떤 분은 어학원에 등록해 공부를 시작하고, 또 어떤 분은 밀린 드라마를 하루 종일 보기도 하더군요.
가장 우려되는 집단은 물가가 저렴해졌다는 이유로 물건을 많이 사는 사람들입니다. 이분들은 누군가가 구매하면 소개를 받아 같은 것을 사는 경우가 많은데, 제가 보기엔 그 물건들이 단지 ‘저렴해 보이는 저가품’에 불과한데 ”이거 괜찮지?“ (괜찮다고 대답할 수 밖에요…)하며 너도 사라는 무언의 메세지를 던집니다.
외국 생활 10년을 돌아보면 저는 주변 친구들에 많이 휩쓸려 행동했습니다. 골프를 좋아하는 친구와는 함께 운동을 갔고, 어학원에 다니는 친구와는 함께 학원에 등록했고, 쇼핑을 즐기는 친구와는 함께 쇼핑을 다녔습니다.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니 골프에 흥미도 재능도 없는데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골프에 쏟은 저의 시간과 돈이 아깝게 느껴집니다.
사고 싶지 않았지만 함께 구매해야 우정을 인정하는 것 같아서 덩달아 구매한 가품은 들고 다니기조차 부끄러워 버린 지 오래입니다.
반면 학원에서 배운 외국어로 일상을 버티는 제 모습을 보면, 그 소비는 가장 가치 있는 투자였다고 생각합니다.
배우 윤여정 씨가 “고급하고 놀아라”라는 말을 했답니다. 저를 돌아보니 부끄러웠습니다. 제 주변인에게 나는 어떤 존재였을까요? 저도 ‘고급’과 어울리고 싶습니다. 다만 제가 생각하는 ‘고급’은 명품이나 사치스러운 취미가 아니라, 본인 입으로 잘난‘척’을 하지 않아도 내면에서 지성과 품격이 묻어나고 시간과 돈을 허투루 쓰지 않는 사람입니다. 이제 40대 중반이 된 저의 목표는 ‘고급’하고 싶어서 만나는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20•30대가 있다면 자신이 가진 시간과 돈을 과시를 위해 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진짜 고급’은 그런 것에서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시간이 흘러 깨달았거든요. 내면이 채워지면 과시할 필요가 없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아우라 같은 것이 느껴지거든요. 진짜 고급은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 삶이 평온해지는 방식입니다.
요즘 제가 어울리는 친구들은 작은 일에 감사하고 남의 일에 신경쓰기 보다 자기계발에 신경쓰며 늘 배우려는 태도를 가진 친구들입니다. 어느새 저 또한 선한 자극을 많이 받아 함께 성장하려고 노력하게 되더군요.
이제 저는 소비할 때 ‘고급’ 선택을 하려 합니다. 과시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만 사서 오래도록 쓰는 소비, 외면보다 내면을 채우는, 그게 제가 추구하는 저소비 방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