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비의 품격

클래식한 선택

by Lessismore

명품 사랑이 광풍처럼 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IMF를 극복하자마자(누군가는 이미 그 전부터) 명품 가방은 하나쯤 가져야 하는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지요. 저도 첫 월급으로 가장 저렴한 명품 브랜드의 가방을 사고 애지중지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 보니 유행했던 가방과 옷은 다시 꺼내지 못한 채 방치되는 경우가 많더군요. 특히 한국 사람들은 유행에 더 민감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로고가 드러나지 않는 튼튼한 가죽 가방은 20년 가까이도 잘 쓰입니다. 워낙 기본 디자인이고 가죽도 잘 긁히지 않아 들고 다니기 편하니까요.


아이를 낳고 라이프스타일이 변한 탓도 있겠지만, 제 명품 사랑의 불이 꺼진 결정적 계기는 이곳에 온 이후였습니다. 상하이에는 온갖 명품을 한국보다 더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잠옷을 입고도 백화점에 가고, 동네 마실 룩으로 명품 숍을 들르는 일이 자연스러워요. 그런데 브랜드 로고가 난무하는 옷을 입고도 전혀 멋지지 않은 사람들을 보며, 옷은 브랜드가 아니라 태도(attitude)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굳이 큰 값을 치르고 그 ‘아이템’을 사야 할까 하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클래식한 선택은 여기서 큰 힘을 발휘합니다. 트렌드를 좇지 않는 디자인, 깔끔한 마감, 튼튼한 재질은 처음에는 평범해 보여도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를 드러냅니다. 옷장 한편에 오래된 재킷 하나가 있을 때, 그것은 단순한 옷을 넘어 추억과 안정감을 함께 선사합니다.


지금도 10년 넘게, 혹은 20년 가까이 애용하는 물건들은 캐시미어 소재의 단정한 검정 코트, 촉감 좋은 기본 디자인의 가디건, 가죽이 튼튼하고 브랜드가 드러나지 않는 심플한 검정 가방입니다. 이런 아이템은 시간이 흐를수록 제게 맞춰 커스터마이징되어, 이제는 단순히 예뻐서가 아니라 편하기 때문에 더 손이 갑니다.


저소비는 단지 ‘적게 사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고르고 어떻게 오래 쓸 것인가’를 고민하는 태도입니다. 저는 물건을 고를 때마다 한 가지 질문을 더합니다. “이 물건을 1년 후에도, 5년 후에도 사랑할 수 있을까?”


저소비는 결핍이 아니라 삶의 우선순위를 재정비하는 행위입니다. 덜 사되 더 깊게 연결되는 삶. 물건을 통해 얻는 기쁨이 일시적이지 않도록, 저는 오늘도 클래식한 것을 선택합니다. 결국 오래 남는 것이 진짜입니다.


Classic is the best — 결국 가장 오래 남는 것이 진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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