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을 채우려 산 것들-저소비 생활을 시작한 이유
아이를 낳고 우울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한 살 된 딸을 데리고 시작된 해외 생활은 고단했고 외로웠습니다. 십여 년간 일을 하던 제가 직장을 그만두고 남편과 아이를 위해 희생만 하는 것 같아 힘든 시간을 보냈고, 불면증도 심하게 찾아왔습니다. 또래 아이를 키우는 육아맘들과 만나는 것이 유일한 소통 창구이자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었습니다.
그때 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걱정해 주던 친구가 있었는데, 저보다 동생이지만 언니 같았던 친구의 한마디가 아직도 강하게 기억납니다. 사실 언니와 이야기하면서 속으로는 많이 걱정했는데 친구가 말하길, “나는 언니한테 가능성이 보였어. 언니는 물욕이 많아. 물욕도 욕구야, 언니. 언니는 욕구가 남아 있는 거야. 중증 우울증은 정말 아무 욕구가 없는 거래.”
중증 우울증이 정말 아무 욕구도 없는 상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친구의 말을 듣고 저는 크게 웃었습니다. “아, 맞네. 나 물건 살 때 행복하네. 가능성있는 우울증이구나.중증은 아니네!.“
지금 생각해보면, 별로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사느라 정신이 나가 있었던 것이 우울증의 한 모습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남이 보기엔 ‘물욕 많은 아주머니’였고, 그 친구의 말에 희망을 걸었습니다. ‘희망이 있는 우울증’이라는 생각으로 극복을 시작한 시절도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이사 준비를 하면서 집안 구석구석에 처박힌 물건들과 ‘쓰레기’가 너무 많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쓰레기’란, 그때 ‘우울하다’는 이유로 소소한 기쁨을 얻고자 샀던 쓸모없는 물건들입니다. (생일 축하용 초는 앞으로 십 년동안 모든 지인을 축하할 수 있는 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그 물건들을 정리하며 저 자신에게 크게 화가 났습니다. 결과적으로 물욕이 우울증을 해결해 주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괴로움이 뒤따랐습니다.
지금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제가 우울증을 극복했기 때문입니다. 아마 그래서 의미 없이 물건을 사며 돈을 낭비했던 시간을 반성하는 의미로 저소비 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종교와 운동으로 정신과 몸이 건강해졌습니다.
이상 물욕이 생긴다면 쇼핑을 멈추고 가벼운 산책을 하거나 지혜가 담긴 책을 읽어보세요. 집에 물건이 쌓여 있다면 본인의 상태를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