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와 책

이 편한 ebook 세상

by Lessismore

이사할 때 옷만큼 골칫덩이는 바로 책이었습니다. 제가 책 욕심이 많다 보니 어느새 아이 책까지 쟁여 두었고, 새 집 계약 조건에는 늘 추가 옷장과 추가 책장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외국 생활을 하다 보니 한국 책이 귀해 지인들이 처분하는 책을 무조건 받아 쌓아뒀습니다. 그 결과, 저렴한 책장이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부서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신세계를 맛보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와이 시리즈와 마법천자문 시리즈를 패드 하나로 볼 수 있었고, 저 역시 조금만 기다리면 신간들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에 매달 두세 권 읽자는 목표를 쉽게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익숙해지다 보니 최근 이사할 때 책들이 모두 쓰레기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미 서울대에 간 언니·오빠들이 읽었다는 논술용 전집 시리즈와 와이, 마법천자문 세트를 모두 처분하고 이사했습니다.


그 결과 추가 책장에 빈 공간이 생겼고, 구독 서비스의 책장에는 읽고 싶은 책들이 가득 쌓였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저소비 생활은 단순한 ‘짠순이’나 ‘짠테크’가 아닙니다. 더 가치 있는 것에 소비하고자 하는 깊은 마음입니다. SNS에는 돈 자랑이 넘쳐납니다. 한때 저도 그런 게시물에 혹해 부러웠던 적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보니 그런 사람들은 사기꾼이거나 ‘관종’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더는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불필요한 것들에 대한 소비를 줄이고 꼭 필요한 것에 지출하며 자신의 취향을 정해 나가고, 삶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아가는 것 같습니다. 지금 2030 세대들이 앞서서 스마트한 저소비 생활을 하며 내면을 채워 준 독서 인증샷을 올려 준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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