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비싼 ‘공간’, 나를 위해 비워두기

물건에 잠식당하는 느낌

by Lessismore

옷을 사랑하지만,

이제는 공간과 소비를 관리하려 합니다.


옷을 너무 좋아해서 직접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한 적이 있는 저는 지금도 패션 잡지를 즐겨 보고 트렌드를 늘 챙겨봅니다. 보는 것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도 좋아하는데, 특히 SPA 브랜드에서 쏟아내는 고급 브랜드 카피 제품을 같은 디자인으로 색상별로 모으는 이상한 취미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비싼 브랜드 대신 저렴한 옷을 샀으니 돈을 아낀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하곤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거의 자기최면 수준이었어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사할 때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옷장입니다. 제 방은 침대에 제가 눕는 공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옷장입니다. 한 번은 부동산 중개인이 “이러면 방을 제대로 쓸 수 없다”라고 말렸는데, 저는 “괜찮아요, 저는 잠만 자면 돼요.”라고 답했고 중개인이 저를 이상한 한국인 취급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상하이는 집 렌트비가 비싸기로 유명한데, 이 비싼 렌트비를 내면서 제 옷들이 저보다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더군요. 이삿짐을 여러 번 옮기며 ‘미니멀 라이프’를 해보겠다고 일본 작가의 책도 읽어봤지만, 너무 극단적인 미니멀이라 감히 따라 할 수 없어 포기했던 적이 있습니다. 큰맘 먹고 옷장 한 칸을 비우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신상으로 금세 다시 채워지곤 했습니다.


제가 저소비 생활을 한다고 글을 쓴다면 아마 남편이 가장 많이 비웃을 것 같아 지금은 몰래 저소비를 실천 중입니다. 물론 갈 길은 멀지만, 이제는 이 비싼 공간을 옷으로 채우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아직 제 옷들이 아이 옷장까지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서서히 줄여나갈 생각입니다. 일단 언젠가 입을 파티복, 언젠가 입을 출근복(경력 단절 10년 차)부터 정리하려고 합니다. 기부로 내놓으면 처분이 조금 더 쉬워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