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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호 May 15. 2022

"한강공원이 더렵혀져서야 될까요" 뚝섬공원 환경미화원

빌딩 숲이 우거진 서울에서 매일을 보내다보면 종종 시야가 탁 트인 너른 곳으로 도망가 숨을 돌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시민들이 찾는 곳이 한강이다. 한강은 서울시민들이 개방감을 만끽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해방구다. 한강은 야외에서 봄나들이를 즐기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4월 초 벚꽃이 필 무렵이면 여의도, 뚝섬, 망원 등 11개소 한강공원에 상춘객들이 모여든다. 

사람 가는 곳엔 쓰레기가 생긴다. 오후 9시만 되어도 한강공원 쓰레기통은 쓰레기를 더 담지 못해 토해낸다. 잔디밭 곳곳은 일회용 젓가락, 마시다 만 음료 페트병, 심지어 돗자리까지 나뒹군다. 그렇지만 다음날 오후 1시면 한강공원은 어젯밤 일은 잊은 듯 깨끗한 모습으로 시민들을 다시 맞는다.

한강공원엔 매일 쓰레기를 치우는 이들이 있다. 한강공원 시설관리원(환경미화원)들이다. 어젯밤 다른 이가 먹고 남긴 치킨과 빈 맥주캔을 오늘 보지 않아도 되는 것도 한강공원 환경미화원 덕이다. 지난 10일 서울에서 두 번째로 큰 한강공원인 뚝섬한강공원에서 환경미화원 A씨(기사에선 B씨로 표기)를 만났다.

이날 A씨는 쓰레기 적환장(쓰레기를 잠시 쌓아두는 곳)에서 일하고 있었다. 적환장엔 2m가 넘는 쓰레기산이 솟아있었다. 그 면적도 농구 경기장은 되어 보였다. 겨우 흐르는 땀을 훔치며 이야기하는 그의 목소리엔 쓰레기와 전쟁 중인 공원에 대한 염려가 짙게 배어있었다.


지난 10일 뚝섬한강공원에서 환경미화원들이 인근 주민이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소파를 옮기고 있다.


-지난 4월에 만났을 땐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한다고 했는데요. 요즘엔 몇시부터 몇시까지 일합니까.

"오늘도 평소처럼 오전 7시에 출근했어요. 야근이 없으면 오후 4시에 퇴근합니다. 요즘엔 일주일에 야근을 두 번 정도 해요. 야근하면 오전 7시에서 오후 10시까지 일해요. 인력이 넉넉했으면 야근을 덜 할 텐데 사정이 그렇지 못하죠."

-그럼 요즘에도 근무 시간 내내 쓰레기를 치웁니까.

"그렇죠. 오전 7시에서 오후 4시, 야근하면 밤까지 계속해서 공원에 나뒹구는 쓰레기를 주워요. 그리고 수거한 쓰레기를 공원 안에 있는 쓰레기 적환장에 나르죠. 이 두 가지를 종일 반복합니다."

-뚝섬한강공원은 몇 명이서 쓰레기를 치우죠?

"지금은 계약직을 포함해서 공원 환경 관리하는 사람이 총 13명이에요. 우리가 순번을 정해서 휴무하니까 하루에 10~11명이 일하죠."

-현재 하루에 10~11명 일하는데 지금 인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지요?

"부족합니다. 뚝섬한강공원은 면적이 넓어요. 공원이 서울숲 인근(광진교)에서 서울시와 구리시 경계(중랑천교)까지 길게 늘어져 있습니다. 이런 곳을 하루에 10명이 모든 쓰레기를 다 치워야 하죠. 일손이 부족합니다. 뚝섬한강공원은 여의도한강공원 다음으로 면적이 넓어요. 그런데 환경 관리하는 인원은 절반가량에 불과하죠. 그래서 이곳(뚝섬한강공원)이 일하기 힘든 곳이라고 소문났답니다.(웃음)


한편 A씨는 한강공원 쓰레기 문제가 벚꽃 개화기 한 철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뚝섬한강공원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버리는 쓰레기도 많다고 말했다.


-벚꽃이 진 지 오래입니다. 방문객이랑 쓰레기가 줄지는 않았나요?

"아니요. 요즘도 쓰레기는 많아요. 어떤 날은 3.5t 집게차가 아침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이렇게 두 번 와서 적환장에 쌓인 쓰레기를 실어 나르죠. 5월에서 8월까지는 공원 방문객이 많아서 공원의 쓰레기도 많은 시기입니다."

-저번에 만났을 때 제게 "뚝섬한강공원은 상춘객 쓰레기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도 많다"고 말했습니다. 지금도 그런가요?

"365일 있는 문제입니다. 인근 주민들이 대형 폐기물을 버리고 가기도 해요. 선풍기도 버리고 자전거도 버리죠. 자전거는 타고 와서 공원에 그냥 두고 가는 거예요. 대형 폐기물도 문제이지만 음식물 쓰레기는 정말 매일 버리는 듯합니다. 음식물 쓰레기 중에 황당했던 게 기억이 나요. 지난해 겨울 김장철쯤이었어요. 하루는 쓰레기통에 배추 겉잎이 파 다듬고 남은 것들이 무더기로 나왔죠. 얼마나 많이 버렸는지 쓰레기봉투가 무거워서 잘 들지도 못했어요. 우리가 못 들 정도면 20~30kg는 버렸단 말이죠."

-인근 주민들은 왜 가까운 쓰레기장을 두고 굳이 공원에 와서 쓰레기를 버릴까요?

"글쎄요 제가 그 사람들이 아니라서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대형 폐기물은 돈 때문이 아닐까요. 버린다고 신고하는데 돈이 들잖아요. 그릇이나 도자기 같이 가정에서 처리하기 곤란한 물품들도 공원에 버리고 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A씨는 뚝섬한강공원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애정만큼이나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자부심도 실했다. 공원을 아끼는 마음이 큰 만큼 공원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양태엔 짙은 아쉬움을 표현했다.


"서울에 한강공원처럼 좋은 곳이 또 없습니다. 각종 X게임장, 농구 경기장, 테니스 경기장 등 각종 체육시설이 있어요.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게끔 공간도 넓죠. 봄에 장미공원에 장미가 피면 그곳도 정말 예쁩니다. 이렇게 좋은 곳인데 쓰레기로 더럽혀져서야 될까요. 좋은 곳인 만큼 시민들도 깨끗이 사용하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아서 아쉬워요. 이렇게 멋있는 공원을 사람들이 훼손하니 마음이 불편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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