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점쯤 되면 궁금하실 겁니다. 그래서 게으름을 탈출한 뒤 저는 어떻게 바뀌었고, 뭐가 좋은지.
저는 게으름을 탈출한 뒤, 부지런하고 빡세게 사는 비즈니스 피플이 되었을까요?
혹은 24시간을 분 단위로 빡빡하게 쪼개쓰는, 꼼꼼하고 계획적인 사람이 되었을까요?
제 대답은,
아마 약간 실망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네요.
물론 제가 새로운 환경에 들어가고 빡센 로드를 감수해야 할 상황이 된다면
언젠가는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부지런한 사람' 의 모습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일단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저는 게으름을 탈출한 지금도
그냥 자기 할 일 그럭저럭 해내고, 일을 너무 심하게는 미루지 않고,
대강의 목표를 잡아두고 매일 조금씩 이뤄나가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에요.
(제 책의 제목은 <빡세게 사는 법>이 아니라 <게으름 탈출법>이기 때문에...)
그렇다면 저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기에 스스로가 게으름을 탈출했다고 얘기한 걸까요?
사실 제가 생활에서 가장 체감하는 변화는 설거지를 미루지 않고 재깍재깍 시작하게 됐다는 건데…
이건 독자분들이 바라시는 게 아니겠죠…….
게으름 탈출 이후 제가 느끼는 변화들, 그리고 그로 인한 장점들을 아래에 몇 가지 열거해보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저는 더 이상 스스로에게 자괴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게으르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혐오하지도 않습니다.
대학 초반에 썼던 수많은 일기를 보면, 대개가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과 무력감,
내가 변화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감과 자책으로 가득 차 있었어요
그 때는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또 그저 그렇게 흘러갈 하루와 나태한 나 자신에 대한 비관으로 가득 찬 채,
우울함을 등에 지고 하루를 시작했거든요.
반면 지금의 저는 예전보다 많이 발전했고,
이대로 조금씩 스스로를 다듬어나가다 보면 앞으로는 더 나아질 거란 확신이 있습니다.
또한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내 힘으로 변화를 이뤄냈다는 데에 대한 자신감이 있고,
그렇기에 자잘한 실수나 나태함에 대해 더 이상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이것 또한, 시간이 많이 걸릴지라도 언젠간 내가 고칠 거라는 걸 알고 있거든요.
그 다음으로 큰 변화는, <해야 할 일>을 <하고 싶은 일> 혹은 <습관이 된 일> 보다 먼저 처리한다는 거에요.
대학에 다닐 떄의 저는 과제를. 시험 준비를, 공부를 미루고 또 미루기만 했어요.
책 표지만 봐도 너무 부담스럽고 내가 오랜 시간 집중할 수 있을까 싶어 마음이 무거워졌거든요 ㅠㅠ
그래서 머릿속으론 공부해야지 생각만 하고 부담스러워하면서
몸은 익숙하고 편한 일, 즉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돌아다니기, 혹은 바닥에서 뒹굴거리며 시간을 때웠죠.
하지만 저는 <게으름 탈출법>에 쓴 방법들을 차차 저에게 적용해나가며
큰 심리적 거부감 없이 해야할 일부터 하는 습관을 몸에 익혔고,
머릿속으론 정말 하기 싫던 일이라도 막상 해보면 생각보다 덤덤하게 해낼 수 있고,
심지어는 그 일에 재미를 느끼게 되기도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전에는 해야 할 일을 먼저 하는 빈도가 열 번 중 한 번이었다면 지금은 열 번 중 8~9 번은 되는 것 같네요.
이 덕분에 저는 작년의 수험생활도 아주 열심히까지는 아니어도 그럭저럭 해낼 수 있었고,
<게으름 탈출법> 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큰 문제 없이 시간 맞춰
원고 수정본 및 추가본들을 출판사에 제시간에 재깍재깍 넘겨드릴 수 있었습니다.
또한 지금 이 순간도 읽고 싶은 책을 읽거나, 웹서핑을 하거나, 따뜻한 바닥에 누워 있는 대신
25분 타이머를 맞춰놓고 오늘 하기로 한 브런치 포스팅을 작성하고 있고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좋은 인용구가 있어서 가져와 보겠습니다.
뇌는 일단 결정하고 나면 그 방향으로 움직인다. 행동 모드로 바뀌고 나면 망설임은 도리어 줄어든다. 목적 지향적 행동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전두엽과 변연계 사이의 힘겨루기는 줄어들고 균형이 이루어지면서 새로 들어오는 정보를 차단한다. 문을 닫아 버리고, 이후부터 '막차 타고 들어오는' 정보는 무시하고, 방향이 옳든 그르든 지시된 방향과 목표를 향해 직진하고, 원하는 것을 얻는 데에만 집중하도록 뇌가 세팅된다.
이처럼 뇌는 탐색 모드에서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욕망, 습관, 공포, 목표 등이 뒤섞인 인지와 감정 등이 각기 자기 방식으로 우선권을 쥐기 위해 경쟁한다. 그러나 일단 결정을 내리고 나면 그 후로는 실행 모드로 전환해 무의미한 정보에 반응하는 것을 억제하고 목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중요한 정보에만 반응하도록 활성화 패턴을 변경하는 하향 통제를 한다.
-하지현, 고민이 고민입니다 97p
저는 이 내용을 탐색모드=어떤 일을 하기 싫어서 미적거리고 언제 할까 고민할 때의 상태,
행동 모드=일단 하기로 결심하고 행동을 시작했을 때의 상태로 해석해 읽었습니다.
즉, 어떤 일을 하자고 머릿속에 떠올렸을 때 하기 싫고 머릿속이 어지러워지는 것은 정상이며,
이러한 패턴을 깨기 위해서는 생각만 하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일단 일어나서 행동해야 뇌의 모드가 전환되어 실행력이 늘어나게 된다는 뜻으로 저는 받아들였어요.
계획을 꾸준히 짜고, 계획 이뤄나가는 맛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도 큰 변화에요.
이전까지 저는 정말... 오늘 계획도 없이 머릿속이 뒤죽박죽 된 채로 살았거든요.
학교 과제/시험공부/ 아르바이트/집안일/쇼핑 리스트 등등
처리할 일들은 너무도 많은데 그걸 다 머릿속에 담고 있으려니 계획들이 자기들끼리 엉켜서
자잘한 할 일들을 몇 개 놓쳐버리기도 하고, 계획을 이뤘을 떄의 성취감도 없었어요.
또한 ~해야되는데, 이런 미래 정보들이 디폴트로 머릿속 공간 일부를 계속 차지하고 있으니
어떤 일에 백퍼센트 머리를 써 집중하는 일도 어려웠구요.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완전히 빡세고 규칙적으로, 단단한 틀에 맞춰 계획을 작성하지는 못해도
오늘 할 일 정도는 꾸준히 적어놓고 살고, 이루면 체크합니다.
제가 여러 시행착오 끝에 정착한 플래너 형식은 다음 글에 설명하겠습니다.
앞의 내용들을 모두 요약해, 삶이 정돈되어가는 느낌을 받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이전까지의 저는 구체적인 계획도 없고, 해야할 일은 미루고 습관대로만 행동했으니
삶이 항상 어수선할 수 밖에 없었죠.
시간 개념도 별로 없고 방도 맨날 지저분하고 해야 할 일도 정리가 안되고.
그러다 보니 딱히 삶의 목표라고 부를 만한 것도 없었어요.
목표가 있어야 시간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게 되고 삶의 원동력이 생기는데 말이죠.
과거의 저는 그냥 눈 앞에 어떤 과제 같은 게 던져지면
마지막에 가서야 허겁지겁 수동적으로 해낼 뿐이었어요.
그냥 누군가가 던져주는 일들을 수동적으로 해치우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 일들 하나 하나가 어떤 의미이며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그냥 일이 있으니까 하는 느낌?
아무튼 과거의 저는 그렇게 근시안적인 하루하루를 살았었어요.
지금은 지난번에 올렸던 글에 나온 15분 루틴들의 도움을 받아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을 개고, 스트레칭을 하고, 오늘 계획을 짜고,
오늘 해야할 일 중 가장 중요한 것부터 해치웁니다.
밖에 나갔다 집에 돌아오면 소지품들을 정리하고,
자기 전엔 간단한 일기를 쓰고 읽고 싶은 책들을 평화롭게 읽다 잠듭
예전에는 완전히 카오스 상태였던 방과 가방과 소지품이 지금은 그럭저럭 잘 정리되어 있고,
자잘한 목표들을 나름대로 세워 이뤄가는 맛도 알아가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나름대로의 큰 목표도 생기고, 그걸 이루기 위해 어떤 걸 하는 게 좋을지 고민하며
시간과 에너지를 이전보다는 효율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삶에 활기가 도는 것도 중요한 변화 중 하나입니다.
글 초반부에서는 장난처럼 말했지만,
설거지를 비롯한 여러 일들(집안일, 공부, 운동 등)을 미루는 횟수가 유의미하게 줄어들었고,
어떤 일을 끝까지 꼼꼼하게 마무리 짓는 빈도도 늘어났습니다.
또한 그 일을 할 때만큼은 하나에 집중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그러다보니 집중할 수 있는 시간도 점점 늘어났네요.
그런 경험을 반복하다보니 점점 어떤 일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자신감이 생기고,
예전만큼 무거운 마음이 들지 않습니다.
또한 해야 하는 일들을 제시간에 끝내고 나니 하고 싶은 일들을 맘 편히 몰입해서 즐길 수 있게 되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