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문제 연구소장 ‘박웅재(이정재 분)’은 조수인 ‘고요셉(이다윗 분)’과 함께 오랜 세월을 신흥 종교의 실체를 추적해온 개신교 목회자다. 강원도 영월에 거점에 둔 소규모 종교집단의 존재를 알게 된 그는, 조사 도중 소속 교인들이 교리에 따라 여성 청소년들을 살해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한편, 기형적인 외모를 가진 쌍둥이 자매와 함께 자라, 정서적 학대 속에서 살아가는 중학생 ‘금화(이재인 분)’는 교단의 일원인 ‘나한(박정민 분)’에게 살해위협을 받는다.
전작 <검은 사제들>에서 종교와 오컬트를 흥미롭게 그려냈던 장재현 감독은 <사바하>에서 더욱 깊이 있는 연출을 선보인다. <사바하>는 신화와 영적 현상이 실재하는 세계관이다. 하지만 영화는 오컬트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묘사의 재미에 집중하는 대신, 오컬트의 맥락에 내재된 집단적 위계와 사회적 고립을 다룬 서사를 통해 폭력을 성찰한다. 서울과 강원도라는 이질감이 넘치는 두 공간의 대비는, 영화 말미의 종교적 의문과 서스펜스의 개연성을 통해, 주류사회에서 배제된 현실의 비주류 계층의 약자들이 겪는 비극과 슬픔의 감정으로 영화를 완성시킨다. 깊이 있는 주제의식에 비해, 금화가 서사에서 겉도는 것은 지적할 만 하지만, 그럼에도 충무로 영화에서 흔히 보이는 강박적인 폭력 묘사는 의식적으로 배제됐다는 것은 좋게 볼만한 부분이다.
한 때 민주사회변호사모임의 변호사였던 ‘양순호(정우성 분)’는, 현실의 벽과 ‘아버지(박근형 분)’의 노후를 떠받기 위해 재벌과 대기업의 소송 방어 전문 법무법인에 취업한다. 그로 인해 오랜 친구이자 연애 감정이 싹텄던 ‘김수인(송윤아 분)’과 소속과 가치관의 문제로 갈라지게 된다. 한 편, 그는 살인 피의자로 지목된 가사도우미 ‘오미란(염혜란 분)’의 변호를 맡게 되고,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지체장애를 지니고 살아가는 중학생 ‘임지우(김향기 분)’을 알게 되며, 자신과 주변의 삶을 되돌아본다.
<증인>은 법정 스릴러다. 하지만 영화는 살인의 디테일을 맞춰나가는 과정 보단 평화로운 일상 속에서 위협을 겪으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시선을 집중한다. 피의자도 피해자도 없는 것 같은 미스터리의 호기심은, 약자와 비정상으로 세상에서 살아가는 삶에 대한 인간다움을 말한다. 얼핏, 충무로에서 보기 드문 평화로운 영화일지도 모른다. 역설적으로 영화의 아쉬운 만듦새는 크게 부각된다. 미스터리를 매듭짓는 시퀀스는, 연출의 디테일에서 영화 내내 끌어왔던 따스한 감정을 일순간에 깨뜨린다. 양순호에게 정우성이라는 연기자를 포함한 작품 내적 알리바이를 세웠음에도, 40대 남성이 정신 장애를 지닌 10대 소녀에게 접근하는 과정에서 다루어져야 할 서사의 경각심은 세심하지 못하다. 많은 메시지와 가능성, 흥행에도 불구하고, <증인>은 부족함이 분명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