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편 에세이
<라떼는 말이야.... 선거>
선거철이 돌아오면, 길거리마다 각 정당의 색이 드러나는 옷과 푯말을 들고 삼삼오오 몰려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가족과 나누면 안 되는 이슈가 있다. 바로 정치이야기 그리고 선거이야기이다.
내가 처음 성인이 되고 선거를 하게 되었을 때는 부모님이 정해준 후보를 찍는 게 효도인 줄 알았다.
새벽 6시부터 시작된 선거에 부모님은 제일 먼저 투표를 하고 오셔서 투표장 분위기를 알려주셨다.
줄 서는 사람이 많네, 적네, 몇 시쯤 가면 기다리지 않고 투표할 수 있다는 투표시간까지 정해주었다.
그리고, 라떼는 말이야.
동네 통장님이 하는 일이 많았는데, 그중에 하나가 투표율이 낮은 집에 전화해서 누구누구 투표 안 했으니 투표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우리 집도 그런 전화를 선거 때마다 받았는데, 통장님은 엄마에게 한마디 하셨다.
"그 집 막내딸내미 아직 투표 안 했네. 지금 오면 기다리지 않으니까 빨리 오라고 해요."
20대의 나는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
학창 시절 한국사라는 교과목 전에 국사라는 교과목을 배우던 때에도 역사에 관심이 없었다.
1980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을 정도로 언론 통제 속에 살아온 때여서 그랬을 수도 있다.
그런 시절을 보내고 2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부모님의 뜻대로 투표하던 시절은 끝났다.
"엄마가 말한 사람 찍어."
"알았어"
이렇게 대답하고 다른 사람에게 투표할 정도의 정치를 보는 눈이 생긴 것이다.
그 후로 엄마는 우리가 엄마와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지금까지 엄마와 정치 얘기는 금지어다.
그럼에도 매번 선거철이면 엄마는 엄마가 지지하는 사람과 당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하신다.
다른 사람을 찍으면 큰일 난다는 얘기도 덧붙여서. 하지만 엄마가 말한 사람이 당선되지 않아도 큰 일은 벌이 지지 않는다.
그럴 때 엄마가 하신 얘기가 있다.
"우린 다 살았다. 너희가 살 시대가 힘들어질게 걱정되는 거지"
엄마의 얘기 대로라면 투표를 잘못하면 당장 큰일이 날 것 같지만, 투표가 끝나도 내 삶은 변하지 않는다.
올해 두 번째 투표를 하고 왔다.
전국적으로 하는 선거가 아니라 그런지 투표소를 들어가 보니 투표하러 온 사람이 없었고, 시선은 투표하러 온 나에게 집중되었다. 쑥스러웠지만, 소중하게 받은 투표 한 장에 내 의견을 '콕' 찍고 나오는데 5분도 안 걸렸다. 엄마는 이번 투표는 하지 않겠다고 하셨다. 정당이 표시되지 않는 투표라 누굴 찍을지 모르신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르신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선거라서 투표소가 더 한가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