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빛과 그림자
오랜만에 경복궁 특별관람을 신청해서 다녀왔다.
"조선의 빛과 그림자"라는 제목으로 건청궁과 향원정에서의 특별한 산책코스였다.
내가 기대한 장소는 바로 향원정이었다. 평소에는 전경사진만 찍을 수 있는데, 이번 행사로 직접 들어가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전 출근시간을 피해 지하철을 탔음에도 지연출발로 10시 시작인데 5분 정도 늦었다.
이미 시작된 특별 관람에 뒤늦게 참여하게 되었지만, 건청궁 안의 고즈넉한 풍경과 파란 하늘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었다.
건청궁은 1876년 경복궁 화재로 고종이 창덕궁으로 옮긴 뒤, 1885년 다시 돌아와 사용한 공간으로, 그전에는 1873년 왕이 행차할 때 임시 거처로 사용한 장소라고 사료에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고종은 이곳을 여러 신하와 국정을 논의하거나, 각국의 공사들을 만났다고 한다.
현재의 건청궁은 2006년에 복원한 것으로, 건청궁 좌우 대칭의 궁궐 건축 배치와는 다르게 사대부의 가옥처럼 남성의 공간(장안당)과 여성의 공간(곤녕합)으로 되어있다. 또 고종의 침전이었던 장안당 뒤쪽에는 고종의 뜻에 따라 궁궐 최초의 양관인 관문각이 지어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터만 남아있었다.
<궁궐지>에 건청궁 내용이 수록되어 있어, 건청궁 복원에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지붕 위 까치가 "잘 둘러보고 가~"라고 하는 것 같았다.
제일 먼저 본 공간은 왕인 고종의 공간 장안당이다.
마루에 올라 향원정을 바라보니 잠시 고종이 된 것 같았다.
이 복도를 따라가면 왕비 명성황후의 공간 곤녕합이다.
모든 창이 액자틀이고, 모든 창밖은 잘 그린 풍경화였다.
안타까운 역사의 현장인 을미사변의 장소 '옥호루'이다.
30분 정도 건청궁 관람을 마치고, 기대했던 향원정으로 향했다.
굳게 닫혀있던 향원정의 문이 열리고, 20명 정도의 관람객이 해설사를 따라 아치형 다리를 건넜다.
현재 향원정이 위치한 연못은 조선 초기 세조가 취로정이라는 건물을 짓고, 연못을 파서 연꽃을 심은 곳이었다고 한다.
'향기는 멀어질수록 그윽하다'라는 뜻의 향원정 연못은 고종 대 준설해 재탄생한 곳이며, 이 이름 역시 고종 대 다시 지어졌다고 한다. 향원정이 언제 건립되었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목재 연륜 연대 조사를 통해 1885년 이후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원정은 고종이 건청궁을 주요 무대로 삼아 활동했을 시기에 고종의 공간으로 조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향원정은 2층 구조이며, 1층에는 온돌이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그 온돌은 1층 마루 전체를 데우는 것이 아닌 창문 쪽으로 도넛 모양으로 설치되어있다고 한다. 겨울에 창가에 앉아 풍경을 보는 명성황후를 위한 것이 아닐까?
해설사의 해설에 따르면 향원지 물이 얼면 명성황후가 이곳에서 스케이트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고 한다.
처음 향원정이 복원되었을 때 다리가 놓였던 흔적이 있는 계단이다. 계단 위로 다리가 일자로 놓였었는데, 그것을 다시 원래의 위치로 복원한 게 지금의 모습이다. 그리고 이 계단은 배를 타기 위한 계단이었다고 한다.
1층 관람을 마치고, 좁은 계단을 통해 2층도 올라가 보았다.
2층 향원정의 천장은 그 자체로도 멋있었다. 그리고 향원정은 어느 방향으로 보든 풍경화였다.
30분 정도 향원정 관람을 마치고, 아쉬움에 다들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
나도 문이 닫히기 전 아쉬움에 마지막 한 컷 남겨보았다.
관람을 마치고 QR 설문조사까지 마치면, 기념품을 주었다.
향원정 그림의 차받침.
60분 코스에 참가비 1만 원인데, 입장료 포함해 기념품까지 받으니 만족스러운 관람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