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발트3국

발트유럽으로(2)

by 레테

[3]

그녀가 떠나고 홀로 남은 북경은 차갑고 건조하기만 했다. 친하게 지냈던 유일한 직장 동료마저 오랜 중국 생활을 접고 새 직장을 구해 한국으로 돌아간 터였다. 3년 차에 접어들었던 북경 생활은 나도 모르는 새 천연색 칼라 티비에서 칙칙한 흑백 화면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래서 동북 여행을 마치고 북경으로 돌아온 나는 몇 달 후 상해를 거쳐 가족들이 있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상해는 모든 게 다 큼직큼직한 북경과는 달리 서울처럼 크지만 한편으론 아기자기한 매력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특히 동방명주가 있는 상해 중심가의 화려한 야경을 보고 있노라면 별천지가 따로 없었고 중국의 급성장한 경제를 새삼 실감하기도 했다. 북경 올림픽이 열리기 한 달여 전부터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세계 최고의 인공강우 기술을 이용해 대기질을 일정 기간 동안 180도 바꿔버린 걸 보면 이 분야에서 중국이 지닌 놀라운 기술력 또한 알 수 있었다.

사실 내가 처음 북경에 체류했던 첫 해만 하더라도 황사와 미세먼지가 정말 눈도 뜨지 못할 정도로 심했었다. 그런데도 나는 자전거로 매일 출퇴근을 했는데, 호흡기가 약한 나는 아마도 그 첫 1년 새에 북경의 끔찍한 대기질로 인해 건강이 많이 손상되었다고 미루어 짐작한다. 물론 스트레스와 폭음이 더해져서 전체적인 건강 상태에 끔찍한 악영향을 끼쳤음은 두 말 할 나위도 없다. 그랬던 북경의 공기가 올림픽을 전후해 놀라울 정도로 확 바뀌었다. 지금도 여전히 그 상태를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는지 아니면 원래와 같은 상태로 되돌아갔는지 알 수 없지만, 당시엔 특정 시간에 갑자기 마른 하늘에 날 벼락이라도 치면 정확히 30분 후에 비가 쏟아지곤 했다. 중국 당국에서 인공 강우를 뿌리기 위해 로켓을 쏘아 올린 거였다.

세계 인구의 5분 1 가량인 약 15억의 사람들이 사는 중국은 두 말할 것 없이 국제사회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라이다. 지금보다도 훨씬 더 강력한 나라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도 무궁무진하다. 외국과의 교류 없이 내수만으로 버틸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인구와 자원을 가지고 있고, 여느 나라에 뒤지지 않는 오랜 역사와 풍부한 문화 유산들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자신들의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정말 대단하다. 너무 대단하다 못해 외국인들에게 조롱과 비아냥을 당할 정도로 병적이기까지 하다. 이는 아마도 어렸을 적부터 세뇌되다시피 주입되어 온 중화사상과 공산당 교육 그리고 언론의 자유가 없는 현실에서 기인된 독특하고 기이한 특성일 것이다. 그래서 중국인들 개개인을 놓고 보면 정말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들이 많은데, 중국인민이라는 총체로 인식하게 되면 여러모로 피곤하고 갑갑한 면도 많다. 그런데 누가 그들을 탓하겠는가? 정작 근본적인 책임은 중국의 위정자들과 부패한 공산당에게 있는 것을.

나는 중국이란 지역과 중국인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존중하지만, 현재의 중국 공산당과 독재자들 그리고 비정상 국가적 현실에 대해선 정말 깊이 걱정한다. 중국의 위정자들은 자신이 국가와 인민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한다며 자화자찬하고 나아가 아주 뻔뻔스럽게도 자신들의 치적을 조작하고 선전하지만, 기실 이들은 중국 민중을 우민화시키고 집단 노예화하는데 혈안이 되어있을 뿐이다. 그런데 불쌍한 중국 인민들은 그 사실을 아예 모른 체 살거나, 그러한 지적에 일부 동의하더라도 체제적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자위한다. 중국이 세상의 한가운데 꽁꽁 갇힌 왕따 나라가 아니라 진심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세계의 중심인 위대한 나라가 되고자 한다면, 세상을 중국 중심으로 획일화하려는 제국주의적이고 전체주의적인 사상을 포기하고 세계의 동등한 일원으로서 국제 사회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흔히들 중국을 G2 국가라고 하는데, 세계 인구의 5분이 1인 국가가 경제 규모 세계 2위가 된 것은 전혀 자랑하거나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왜 1등이 되지 못했는지를 스스로 반성하고 문제점을 찾아내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일이다. 중국을 위대한 중국이 아닌 문제 국가 중국으로 만드는 근본 원인인 권위주의와 중화사상 그리고 공산당이란 세 악성 종양을 그래서 과감히 잘라내고 개혁해야 한다. 나는 북경에서 3년여를 거주했고, 비록 힘들게 일을 했지만 그곳에서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들이 많다. 그래서 진심으로 중국이 좋은 나라가 되기를 바라고, 중국인들이 고루고루 풍요롭고 행복하게 살기를 기도한다. 그들이 교양 있고 배려심 넘치는 세계 시민으로서 전 세계 어디에서나 당당히 활동하고 존중받으며 인정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와 많이 동떨어져 있는 거 같아 늘 안타깝고 씁쓸하기만 하다. 언젠가 다시 중국으로 돌아갈 날을 고대하며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그래서 더 측은한 마음으로 나의 친구인 중국을 바라봤다. 그리고 만약 이 친구가 스스로 변하지 못한다면, 다른 친구들과 힘을 합해서라도 이 친구가 좋은 쪽으로 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 차이나찌즘(chinazism)으로 오해받는 중국인들만의 중화 세계가 아닌 모든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 지구촌의 평화와 행복, 공동 번영을 위해서 말이다.


https://youtu.be/0X4SEl3K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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