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끝의 온실 - 김초엽

책책책! 책을 좀 읽읍시다

by 레띠쌰

어렸을 때 이후로 책과 점점 멀어져 어느새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텍스트 힙'이라는 유행에 편승하기 위함이라기보다는, 자극적이고 빠른 속도로 부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영상과 숏츠에만 절여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책을 꺼내들었다.


다행히 우리집에는 책을 정말 많이 읽는 엄마와 동생이 있어서 책을 추천받고 골라읽기에 좋은 환경이다. 엄마가 가장 먼저 추천해 준 책은 김초엽 작가의 <지구 끝의 온실>.


인류는 수많은 역병을 극복해왔다. 흑사병, 천연두, 그리고 최근의 코로나19까지.


멀지 않은 미래에 전 세계를 뒤덮은 자가 증식 물질 '더스트'는 인류의 종말을 논할 만큼 치명적이었고, '더스트 폴'이라는 재앙을 마주한 인류는 '돔 시티'를 지어 더스트로부터 살 길을 궁리했다. 시간이 지나 더스트의 종식이 선언되고, 더스트생태학을 연구하던 '아영'은 아주 강한 번식력을 가진 '모스바나'를 연구하며 이것이 더스트 폴 시대와 가진 관련성을 찾아 나선다.


디스토피아에서 처절하게 삶을 이어나가는 이들의 모습은 더이상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코로나 19를 겪으며 수 차례의 위기를 겪은 우리는 격리조치,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전염병을 이겨내기 위해 똘똘 뭉쳤다. 전염병의 와중에도 삶은 살아졌으며 인류는 이를 반면교사 삼아 또 다른 발전을 이뤄냈다. 벡신이 개발되었고 저개발국가에도 백신을 공급하려는 정부와 NGO 단체 등의 노력이 있었고 빠르게 디지털화가 이루어져 상대적 취약계층에게도 빠르게 정보가 공급되는 성과를 이뤄냈다.


하지만 빠른 기술 발전을 이뤄낸 인류가, 이상 기후, 온난화 등 지구의 수명과 직결되는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듯이 앞으로도 인류에게는 종말을 야기할만한 위기가 끊임없이 도사릴 것이다. 지금 이뤄내는 성과가 앞으로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다각도로 바라보는 시선을 길러야 한다.




'생의 어떤 한순간이 평생을 견디게 하고, 살아가게 하고, 동시에 아프게 만드는 것인지도 몰랐다'


지금의 나를 만든 수많은 결정과 경험들이 있지만, 유달리 진하게 남는 기억들이 있다.

어렸을 때의 나는 악기를 했다. 전공자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마추어도 아닌 수준으로 레슨을 받았고 매 주 토요일은 오케스트라에서 합주를 하면서 하루를 보냈고 정기적으로 공연에 올랐다. 그 때의 기억은 나를 평생 견디게 하고 살아가게 하면서 동시에 아프게 한다. 일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말하라면 주저없이 그 때의 나를 소환하지만, 더이상 나는 악기를 하지 않고 오케스트라에서 만난 인연들과도 점점 멀어져가기에 아프다. 악기를 했기 때문에 나의 10대와 20대 초반은 음악으로 가득하고 찬란했고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과 콰르텟을 꾸려 마음에서 우러난 연주를 할 수 있었지만, 악기를 더이상 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


어떠한 선택은 반드시 장점과 단점을 갖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어떠한 순간은 찬란하기도 하고 불행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끊임없이 선택하고 삶을 살아가는 이유는 삶의 불확실성에서 오는 기대감때문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