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바쁜 아이들의 가짜 놀이
“네가 왜 놀 시간이 없어? 방금까지도 태권도 다녀왔잖아.”
“네가 저녁 먹고, 태권도 가는 게 싫다고 해서 일부러 오후로 옮긴 거잖아.”
“숙제가 영어도 있고, 수학도 있고, 또 학습지도 해야 돼서 너무 많다고!”
“빨리 다 하고 놀면 되잖아. 앉아서 하면 30분이면 끝나는데 네가 계속 미루니까 그렇지.”
하루 스케줄에 대한 양쪽의 대립이 팽팽합니다. 검사를 핑계로 아이를 잠시 내보낸 뒤, 저는 엄마 이야기를 따로 듣습니다. 엄마는 아이가 원하는 예체능 수업에, 4학년이면 배워야할 과목학원을 꼼꼼히 알아보고, 요일별로 스케줄을 짰습니다. 하교 시간에 맞춰 라이딩도 있고, 중간에 숙제도 봐줘야 하고, 결석한 날이면 보강을 잡느라 바빴습니다. 그뿐인가요. 틈틈이 엄마들끼리 약속도 만들어서 친구들과 놀려주느라 무척 애를 썼는데 아이가 힘들다고 엄마를 원망하니 화가 나고 답답합니다.
저는 어머니의 하소연 중간에 조심스레 말을 꺼냈습니다.
“그런데요 어머니, 태권도는 놀이가 아니에요.”
언제부턴가 아이를 잘 키우려는 노력이 아이의 스케줄을 잘 관리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초등 저학년부터 아주 어린 아이들까지도 요일별로, 시간대별로 스케줄이 있습니다. 놀이는 유치원과 학교, 학원 스케줄이 잠깐 비는 사이에 들어가 있거나, 그마저도 놀이체육이라는 수업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선생님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조화된 놀이를 하는 것이지요.
스스로 즐거움을 만들 수 없는 아이가 외부자극에 의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자기 삶에 스스로 감독이자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아이가 무력감을 느끼고 우울해지는 것 또한 당연한 결과입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놀이 환경이 아니라 불완전한 놀이 경험입니다. 안전하게, 좋은 친구들과, 의미있게 놀았으면 하는 부모의 마음이 놀이를 관리하고, 개입하는 것으로 이어지면 더 이상 놀이가 아닙니다.
진짜 놀이는 엄마가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아이가 만들어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