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문학상을 받았습니다.

꽃을 든 남자, 그리고 기다림의 시간

by 순리

보령의사수필문학상에서 은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다시 글을 써보겠다는 계기가 되어준 첫 공모전에서 기쁜 소식을 받게 되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수상작 〈꽃을 든 남자〉는 중독병동에서 만난 한 환자와의 오랜 시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신뢰와 불신, 긴장과 안도, 회의감과 보람이 수없이 교차했던 시간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그가 진료실 문을 두드리며 장미꽃을 내밀었을 때,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그날 처음, 제가 그에게 해준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처음 돌아보았습니다.


그는 제게 기다림을 배웠다고 말했지만, 저는 그 말의 의미를 그때는 깊이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치료자로서의 전략적 선택이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침묵과 물러남에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 속에서

스스로 멈추는 법을 배우고,

술 대신 병원으로 발걸음을 돌리며,

주위에 수없이 미안함과 감사함을 전하는 사람이 된 그가 인간적으로 참 존경스럽습니다.


이 글이 심사위원들에게

한 사람이 자기 속도를 찾기까지의 아주 느린 성장의 이야기로,

한 의사가 환자를 통해 기다림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이야기로 읽혔다는 점이 기쁩니다.


그리고 저에게는 앞으로도 자신감을 갖고 글을 써가라는 응원과 격려가 되어 더욱 감사합니다.




수상작 <꽃을 든 남자> 일부 발췌


내가 침묵을 지키며 인내한 시간이 사랑과 정성의 발로는 아니었다. 술에 취한 환자가 앙심을 품고 의사를 찾아오더라는 흉흉한 소문들이 두려워 몸을 사렸을 뿐이고, 그의 입이 닫히고 귀가 열릴 때까지 기운을 아끼며 기다렸을 뿐이다. 그런 나에게 그가 경청과 포용을 느끼고 마음이 열렸다면 그건 스스로 얻어낸 그의 몫이 아닐까.


가만히 장미꽃을 들여다보았다.

꽃이 시들더라도 오늘은 영원할 것처럼 믿고, 나는 오늘의 물을 주리라. 병동을 향하는 창문 틈으로 가을 햇살이 스며들어 꽃잎이 반짝거렸다.


※ 수상작 〈꽃을 든 남자〉 전문은 보령의사수필문학상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pharm.boryung.co.kr/contribution/essay.do







글을 쓰면서 기다림, 그리고 스스로 이루어나가는 성장의 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아이들의 중독과 취약성, 부모의 불안과 조급함에 대해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그 의미를 곱씹어봅니다.


아이들의 성장을 믿으며 기다리는 것,

이 마음을 붙잡고, 저는 계속 글을 써나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