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링이 좋다는 이야기를 또 들었다. 아 그런가요 감사해요 잘 들어주셔서. 제목이요? 음, 짙은이라는 가수인데 제목이 어디보자.. 제가 이래요. 아주 오래 전에 설정해두고 잊어버리다보니 곡 이름을 늘 까먹더라고요. 아 저랑 잘 어울려요? 이건 칭찬 같은데. 곧 만나면 제가 밥 살게요.
통화연결음을 마지막으로 설정한지도 벌써 4년이 넘은 건가. 이상하게도 이 곡은 늘 제목을 까먹는다. 디지털 싱글 앨범 커버도 가사도 리듬도 다 기억하는데 하필 제목이. 반가운 통화 덕에 또 뒤적거려서 찾아봤다. 그래 맞아 <역광>이었지. 주구장창 많이 들었었는데. 노래 제목과 가수를 타닥타닥 쳐서 통화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보내줬다.
기억은 감각과 닿아있다. 며칠 전 잔무가 남아 운동을 마치고 밤 늦게까지 하는 카페에 들어가 노트북을 켰다. 운동 강도가 높은 세션이어서 정신이 나가있었다. 일을 하겠다고 자리를 잡고 앉았지만, 콜드브루를 들이키며 남은 업무의 완성은 내일의 나에 맡기고 얼개만 짜기로 정했다. 노동요는 레이니(LANY)의 앨범.
레이니 곡은 들을 때마다 작년에 갔던 샌프란시스코 여행이 생각난다. 이 앨범을 추천해주고 함께 내한 공연을 다녀온 친구 때문이다. 이 친구랑 샌프란시스코 여행도 함께 다녀왔다. 한참을 상념에 젖어있다가 결국 사진첩을 열어 햇빛이 쨍쨍했던 그 때 그 풍경을 담은 사진을 한 장 한 장 넘겨보고 말았다. 급격히 여행 뽕이 차올랐다. (업무 효율은 수직하강했다.) 헛헛한 마음으로 바람을 맞으며 달렸던 새벽의 베이가 생각났다.
어쩔 수 없이 친구에게 또르륵 메시지를 보낸다. 너와 함께했던 여행 생각에서 탈주할 수가 없구나. 야근이 익숙한 친구 C는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도 메시지를 받자마자 답장을 했다. 그러게 다시 언제 갈 수 있을까.
여행 케미가 잘 맞았던 우리가 입을 모아 꼽은 '최고의 순간'은 바로 여행 막바지가 돼서야 감행했던 숙소에서의 반나절. 아무것도 안했던 시간이었다. 파인 다이닝이며 맛집이며 학교 탐방이며 다니기 바빴지만 그 집에서 끓여먹은 라면이 제일 맛있었다고 한참을 수다. 세계가 바뀌기 전에 지탱할 기억 몇 조각이 있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