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때. 나는 죽었다.

넋이라도 있고 없고.

by 결명자차


나는 그때. 죽었다.

아이가 장애판정을 받았을 때도

그로 인해 남편과 사이가 틀어졌을 때도 아니다.


가장 좋아했던. 시누이가 모든 것을 내 잘못이라. 가족들 앞에서 나를 모욕했을 때. 나는 죽었다.


바다에 빠지고 싶었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떨어지고 싶었다.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3년의 시간이 흘렀고.

나는 일상을 살아간다.


가끔 아이가.

남편이.

또 내가

안쓰럽고 불쌍해서

남몰래 울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지금 나의 모습은 안정되고 편안하다.


사람들은 내게 말한다.


너. 정말. 대단해.

너. 정말. 멘탈이 쎄.


사실.

난 유약하고. 대단하지 않다.


그때. 나는 죽었다.

바닥을 치는 순간에. 인생 최대의 모욕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그때.

나는 죽고.

엄마인. 나만 살아났다.


솔직히. 그 이후 나의 삶은 연명.이다.

꾸역꾸역.

언제라도 신이 원하시면.

떠날 수 있다.

신은 말한다.

엄마로서의 너의 사명. 을 다해야 한다.


살아가야 한다.

내가 살아야.

아들이 살고

남편이 살 수 있다.


그것이 나의 사명이고.

내가 삶을 연명하며

멘탈이 강한 듯

웃으며 살아가는 이유다.


그렇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사랑.이다.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


그러니.

아파도 살아가자.


재미있게....



keyword
토요일 연재
이전 04화반짝반짝 빛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