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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tmehug Jun 03. 2018

생채기 투성이 마음을 안고 울고 있는 너에게

필요한 건 '위로'가 아닌 '직시'-아들러의 '인간 이해'

“오히려 대학 다닐 때보다 퇴보한 것 같아. 왜 이렇게 쭈그러들었어?” 얼마 전 통화로 친구에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푸념을 늘어놓자 네게 던진 말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자신만만하게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입·퇴사를 반복하다 현재는 서른 살 무직 여성이 돼버렸다. 수년간 세상에 부딪히면서 마음에는 무수한 생채기가 생겼고, 잔뜩 움츠린 채 스스로를 꽁꽁 싸매고 있는 모습을 친구에게 들켜버렸다.  


지난 20대의 사회생활은 실패했다. 실패를 반복하며 생긴 무수한 생채기들은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이제는 실패의 원인을 찾아야만 한다. ‘왜 이렇게 일이 안 풀릴까’라고 하면서 세상 탓도, 사주 탓도 할 수 없었다. 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내면의 꼬인 문제를 알아야만 20대와는 다른 30대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성긴 생각으로 집어 든 책이 ‘아들러의 인간 이해’다.      


책의 서문부터 마지막에 붙어있는 옮긴이의 말까지 읽는 내내 괴로웠다. 아들러가 제시하는 결함 있는 성품의 인간이 바로 나였기 때문이다. 깊은 열등감을 노력으로 극복하지 못하고, 허영심만 부풀어 있는 상태, 강한 인정 욕구가 있지만 사회생활에서 이를 채우지 못하자 잔뜩 움츠러든 미성숙한 어른, 상사가 지적하면 할수록 문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책하며 마음의 생채기를 스스로 내고 있는 나약한 인간이 바로 나였다.     


나의 이상적인 모습과 현재 내 모습과의 큰 괴리를 인정할 수 없었다. 주변에서 내 문제를 지적할수록 더욱 받아들이지 않았고 갖가지 변명으로 직시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을 회피해버렸다. 그래서 나의 지난 20대는 매일 불안했다. 당면한 과제 앞에 눈 감아버리면서 게으름, 나태, 폭음과 같이 스스로를 갈아먹는 습관들이 일상을 괴롭혔다.

     

아들러는 인간이 가진 결함을 조목조목 짚어내면서 스스로의 문제를 직시하라 말한다. 그래야만 모든 인간이 가진 열등감을 딛고 성장할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을 바꾼다는 것, 특히 스스로를 이전과는 다른 존재로 태어나게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자신의 문제를 직시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이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자신이 만들어온 삶의 궤적을 모두 들춰내고 반성해야만 한다. 이 어려운 일을 해보려고 한다. 앞으로 살아갈 무수한 내 나날들이 너무도 소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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