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집에서 알바를 하다 보면 다양한 손님을 만난다. 그 다양한 손님 중 나이가 지긋한 아빠뻘이 되는 손님들이 오실 때가 있는데 와이프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결혼기념일을 챙기기 위해 꽃을 사러 오는 분들이 있다.결혼기념일을 챙기는 남편들은 십중팔구 결혼한 지1-2년 차 된 분들만 오시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1-2년 차에는 열심히 결혼기념일을 챙긴다.나이가 지긋한 분들이 오실 땐 약주를 한잔 하고 오시면서"우리 딸이 꼭 사 오라고 했어요."
라고 신신당부했다며 오는 경우가 많다.
결혼기념일이어서 와이프의 생일이라서 꽃을 사러 왔다고 하시는 분들께 나는 그분들이 쑥스러워하지 않도록 늘 멋지다고 말씀드린다.
꽃집에서 꽃을 익숙하게 주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주문부터 제작이 될 때까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뻘쥼해 하며 기다리고, 제작한 꽃다발을 가져갈 때도 안 보이는 검정 봉투에 담아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그래서 그런지 꽃집에 오는 손님들께 나는 항상 멋지다고 말씀드린다.그러면 하나같이 모두들 손사래를 치며 이렇게 이야기한다.
여자들은 꽃을 줘도 얼마 주고 샀냐며 화내고, 주지 않아도 화를 낸다. 어차피 화낼 거면 사가고 혼나는 게 낫다.
너무 재미있는 말 아닌가?
여자들은 줘도 화내고, 안 줘도 화낸다는 말에 백 프로. 아니 이백 프로 여자로서 공감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분명 받았을 때의 마음은 이런 걸 거다. 고맙다는 마음이 가장 클 것이고 기념일을 잊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고마울 거다. 꽃집에 가서 꽃을 골랐을 정성에 다시 한번 고마운 마음이 클 거다.
그런 마음이 한편에 자리 잡고 있지만 늘 표현에 서툴러서, 꽃 살 돈이면 아이들을 위해 다른 걸 할 수 있는데 라며 현실적인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마음과 다르게 표현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정말로 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있겠지만)
“이런 거 왜 사 왔어? 어차피 시드는 거 돈으로 주지”
(어렸을 적 많이 보았던 엄마의 모습)
라며 괜히 툴툴거리거나
“다음엔 꽃 안 사 와도 괜찮아”
라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게 되는 게 문제다.
여자들과는 달리 남자들은 여자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럼 상대방은 다음부터는 꽃을 사지 말아야겠구나 라고 단정 지어 생각하기 마련이다.
전에 만났던 남자 친구가 생일날 꽃 선물을 사 왔던 날을 떠올려본다. 너무 고맙고 기뻤는데, 얼마에 사 왔는지 꽃 단가를 따져보고 포장을 어떻게 했는지 어떤 꽃을 사용했는지 유심히 살펴보고 다 핀 꽃을 팔면 안 된다는 둥의 이야기를 은연중에 계속하게 되었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면 될 텐데 다음엔 꽃 안 사 와도 된다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였다.
그 뒤로 그는 늘 나와 함께 가서 꽃을 고르자고 이야기를 하였다. 생일에 짠 하고 수줍게 내미는 꽃다발이 좋았는데 시험 보는 느낌이 들어서인지 늘 함께 고르게 되었다.
꽃을 받아도 불평불만을 늘어 놀 수밖에 없었다. 그 예쁜 꽃을 선물 받고도 내 마음을 정확히 표현하지 않아 결국은 싸우게 되는 일이 많았다.
꽃은 마음을 전하는 매개체인데, 받았을 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지 못해 사가도 혼나는 꽃, 안 사가도 혼나는 꽃, 선물하기 어려운 꽃으로 자리 잡나 보다.
꽃을 선물 받았을 땐 화내지 말고, 다음엔 이런 거 사 오지 말라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말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해보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