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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희 Jun 08. 2021

당신의 그녀는 튤립만 좋아하지 않아

꽃집 일기


우리는 일상 속에서 꽃을 선물한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꽃이 빠지면 섭섭하지 않은가. 중요한 일상 속에서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감동을 주기 위해 그렇게 꽃을 선물한다. 그런 날에 꽃을 사는 이들은 최소한 상대방이 좋아하는 꽃을 기억하고 선물하는 편이다. 그래서 꽃집을 찾으며 이렇게 이야기한다.


"튤립 있나요?"

"지금은 튤립이 나오지 않는 때인데.."

"여자 친구가 좋아하는 꽃이 튤립이라서요."  그리곤 돌아서버린다.


혹은 어떤 색만을 고집한다.


"노란색 꽃으로 하려고요."

"오늘은 노란색 꽃이 없어서 혹시 분홍색은 어떠세요?"

"아. 여자 친구가 노란색 꽃을 좋아해서요."


한 가지 스타일만 고집하는 사람도 있다.


"동그랗게 촘촘하게 만들어주세요. 와이프가 그런 스타일의 꽃을 선물했더니 좋아하더라고요."

"비누 장미로 만들어주세요. 그게 좋은지 제가 준 비누 장미 꽃다발은 아직도 집에 그대로 있어요."






맞다. 여자들은 꽃을 받아도 고마움을 실컷 표현하지 못하고 가끔은 입 밖으로 돈으로 주지라는 말을 하거나 다음엔 사 오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나 좋아하는 꽃에 대한 취향을 분명하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래서 은연중에, 혹은 상대방이 일부러 기억해주면 좋겠다는 마음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은 튤립이야"

"나는 꽃 중에 노란색 꽃이 가장 좋더라"

"나는 촘촘하게 돔처럼 생긴 스타일이 좋더라"라고 거듭 이야기한다.


혹은 그에게서 처음 받은 꽃다발이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 비누꽃이라 할지라도 추억하기 위해 남겨놓는다. 그러면 남자들은 비누꽃을 좋아했었지 라며 머릿속에 입력해놓는다. 그래서 꽃을 선물할 때마다 늘 생화보다는 비누꽃을 선물하기도 한다.






어렸을 때, 우리 집의 단골 간식은 늘 카스타드였다. 엄마는 마트에 다녀오면 늘 같은 간식을 집에다 사다 놓으셨다. 잘 먹으니까 그게 가장 맛있나 보다 하고  늘 같은 간식을 사 오셨다.


더더욱이 옛날 우리들의 엄마, 아빠의 모습은 하나 좋아한다고 이야기하면 그것만 계속 사 오시는 분 아닌가. 가끔은 다른 간식도 사 왔으면 좋겠는데 늘 같은 간식인 게 아쉬웠다. (맛이 없다는 건 아니다. 단지 주기적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마음뿐)


아마도 그런 마음이랑 똑같지 않을까. 꽃을 선물하러 오는 이들을 보면 이 일화가 생각난다.


어떤 꽃을 좋아하지만, 꼭 그 꽃만 고집한다는 것이 아니다. 가끔은 생선도 좋지만 소고기도 좋은 날이 있고 곱창이 당기는 그런 날도 있지 않는가?


튤립을 좋아하지만 가끔은 장미도 선물 받으면 좋다. 노란색 꽃을 가장 좋아하지만, 가끔은 수수한 흰색 꽃을 선물 받고 싶기도 하다. 동그란 스타일의 꽃이 좋지만 가끔은 높낮이를 확확 준 꽃다발도 좋다.


비누 장미로 꽃다발을 선물 받은 그녀도 격한 리액션으로 감동을 표현했지만 사실은 살아있는 에너지가 가득한 싱싱한 생화 꽃다발도 좋다.


이렇듯 우리들의 여자 친구는, 우리들의 와이프는 좋아하는 꽃을 선물 받아도 입으로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는 어려운 여자 아닌가. 단순한 여자가 아니기에 마음껏 다양하게 꽃 선물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이야기다.


여름이 되면 여름에만 볼 수 있는 계절꽃으로, 혹은 꽃집에 들렀을 때 이름은 모르지만 그날 꽃집에서 가장 예쁜 꽃으로, 생화만 계속 선물했다면 가끔은 프리저브드 꽃다발로 바꿔서 꽃 선물을 해도 괜찮다는 거다.


그렇다. 생각해보니 내 경험상 꽃 선물을 하는 거 자체만으로도 또 다행이지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이왕 선물할 거면 다양한 꽃들을 선물해도 좋아하는 게 여자니 마음껏 다양하게 선물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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