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 삶에 대하여
며칠 전, 새로이 구조한 고양이 녀석이 밤새 아팠다.
아픈 몸을 침대 밑으로 숨긴 녀석의 앓는 소리가 귓가에 구슬프게 들려왔다.
그 녀석도 나도, 그리고 다른 고양이들까지도
깊게 잠들지 못한 채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
아침부터 부랴부랴 병원으로 향했다.
원인은 바이러스성 장염
다른 아이에게 옮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추운 겨울, 건강하고 따뜻하게 지내길 바라서 길에서 구조한 녀석이
바로 우리 집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밤새 끙끙 앓았다는 것이었다.
나의 구조는 잘못된 것일까.
누구의 말처럼 제대로 격리하지 못한 탓일까.
아이를 데려다 놓고 너무 무심했던 것은 아닐까.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쉬지 않고 흔들어댔다.
녀석은 누군가에 의해 길러지다가 길에 버려진 아이였다.
귀가 커팅 되지 않았지만[길고양이는 TNR의 흔적으로 한쪽 귀를 커팅 한다]
이미 중성화가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사람과 함께 살던 아이였기에,
다시 사람과 함께 사는 일을 어렵지 않게 받아들여줄 거라는 건 나의 헛된 기대였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아이를 입원시키고 집으로 돌아왔다.
날씨가 추웠고, 겉옷도 입지 않고 아이를 병원에 데려갔던 나는 추위를 피해 택시를 잡았다.
정신없이 타고 보니 택시 기사님은 택시 안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었고,
택시 속 4개의 창문은 활짝 열려있었다.
택시 안은 냉동고 같았다.
그랬다.
꼭 이런 식이었다.
기분이 안 좋은 날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짜증스러운 일들이 몰려온다.
창문을 닫으니 매캐한 담배 냄새가 꼬릿한 택시 냄새와 버물려져 콧속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속으로 숫자를 세며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곧바로 청소를 했다.
더러워진 거북이 어항의 물을 갈았고, 청소기를 돌렸다
고양이들의 밥과 물을 갈아주고 느닷없이 타로카드를 펼쳤다.
한참 다른 사람들의 운세를 봐주고 나니 헛헛한 마음이 더욱 깊어진 것 같았다.
책을 찾아보았다.
몇 달 전, 방 청소를 하면서 그동안 사두었던 목숨과도 같았던 책들을 다 내다 버리고,
온라인 도서를 이용하고 있지만 때때로 마음이 서글플 땐 종이책이 그리울 때가 있다.
몇 권 남겨두지 않은 책들 속에서 밀란 쿤데라의 무의미의 축제를 집어 들었다.
제목부터 우울하다.
작은 새를 데리고 [나는 작은 새도 기른다]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로 향하는 길에 편의점에서 맥주 하나를 샀다.
어차피 오늘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고, 내가 할 일은 없었다.
차라리 이럴 때 일이 바쁜 게 나은 걸까, 한가한 게 나은 걸까
정신없이 달려온 한 해를 보내며 12월은 자체적으로 안식월(?)로 지정했는데
쉬는 법을 모르는 나는 한가한 게 그저 우울한 무언가로 다가오는 듯하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대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장염에 걸린 녀석의 건강에 대한 불안이 더 크고,
남들이 세상 부러워할 이 할 일 없는 황금 같은 시간이
나에게는 어쩔 줄 모르는 순간들의 덩어리처럼 느껴진다.
다 모르겠고,
얼른 김야노댕[장염 걸린 녀석의 이름이다]이 말끔하게 나와서
컴백홈을 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