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수로 5년 (만 4년) 간 인터넷에 글을 썼다. 2년 차에 남들 다 한다는 리뷰 블로그 체험단을 호기심에 처음 한두 번 지원해 본 적 있다. 나의 글이 광고주에 적합하지 않았던 건지 , 인플루언서 효과를 누리지 못할 적은 이웃이라 그랬던 건지, 한 번도 당첨된 적이 없다.
재미없는 글을 쓰느니 ‘내’가 재밌는 글을 쓰자고 블로그도 내팽개치고 브런치 문을 두드려 지금 이 자리까지 왔다. 유명해지고 싶었다.....기보다 정성스레 기록한 글의 조회수가 적을 때 묘한 감정이 일렁였다. 주인인 내가 나의 글에게 읽힐 권리를 주지 않을 만큼 무능한 것만 같아서.
주말에 아주 근사한 책을 만났다. 언어를 떡 주무르듯 휘황찬란하게 다루었으며, 분명 아는 단어이나 일상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언어들이 문장에서 춤을 추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술술 잘 읽히는 글이었다.
글과 삶이 일치하긴 어렵더라도
삶이 글을 전폭적으로 배반하는
지경에 이르지는 말아야지
by. 이윤주
뼈 때리는 문장에 얼굴이 후끈거렸다. 자녀 유학을 결정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건강관리라고 공개적으로 선포해 놓고, 비자 거절로 모든 걸 잃은 사람처럼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고 있었다.
식단관리도 영어공부도 대충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아니다. 마음속 깊이 생각만 꿈틀댈 뿐이었지 아예 손을 놓았다는 표현이 적절하겠다. 마지막 책장을 넘긴 그 날밤 잠이 오지 않았다. 마음이란 게 어디에 위치한 지는 모르겠으나, 가슴 가운데 언저리즈음이 먹먹하기까지 했다.
작가도 아닌, 인플루언서도 아닌, (이 문장을 쓰는 것조차 부끄러울 만큼 ) 그리 대단한 사람이 아니지만 ‘나는 과연 내 글만큼 일치하는 생활을 하고 있는가’ 자문해 보니 선뜻 답을 할 수가 없었다.
필시 둘째 아이의 마음도 나와 같았으리라. 6월 출국 예정으로 학교에 알렸는데, 계획이 틀어졌으니 말이다. 물론 재료가 다르고, 대상이 다르고, 고민의 깊이가 다르겠지만, 내뱉어진 말이 정해진 기한에 실행되지 않았음에 대한 외부의 시선이 걱정이었던 것. 다행인 건, 미국에 계시는 어머니 이사 날짜가 확정되었다. 둘째도 조만간 미국행 비행기를 타게 된다.
그동안 가족의 도움으로 이 글이 지속될 수 있었음을 감사한다. 평범한 아줌마의 「미국으로 아이를 독립시킨다」 글쓰기를 마무리한다. 혹시 모르지? 2탄으로 돌아올지?
그때는 ‘금방 잊을 수 있는 단순함’과 ‘주변을 웃음으로 물들일 수 있는 명쾌함’을 장착한 후 돌아오겠다. 매사 진지충인 내게는 상당 시간 소요될 거란 게(어쩜 안될 수도) 예상되니 벌써부터 피곤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