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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콤이 Nov 02. 2024

한 끗 차이의 비밀이 있다 - 같은 간판, 다른 교육



한 끗 차이다

맛집도
교육도
인생도



아이의 미래를 가꾸는 일은 마치 정원을 돌보는 일과 같다. 때로는 어떤 씨앗을 심어야 할지, 어떤 거름을 줘야 할지 망설이게 된다. 나 역시 그런 정원사였다. “학원 선택이 어렵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정작 좋은 학원을 찾아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집에서 영어 단어를 외우게 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제대로 된 관심과 열정을 쏟지 못했다. 엄마이기에 아이의 투정을 받아주기도 했고, 때로는 조급한 마음에 “서두르라”는 잔소리로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미국에서 공부하려면 단순히 영어 단어를 외우는 것만으론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 선생님의 조언대로 학원을 보내기로 결심은 했지만, 비싼 학원비와 그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봄날의 안개처럼 내 마음을 흐리게 했다. 정원사가 어떤 꽃을 피울지 고민하듯, 나는 고민했다. 과연, 어떤 선택이 아이의 미래에 가장 좋은 씨앗이 될 수 있을까?     


    



예전에 살던 동네의 학원은 독특한 입학 정책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부터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만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우리 아이도 그곳의 레벨 테스트를 받았지만, 결과는 입학 불가 통보였다.     



이런 선별적인 시스템은 겉으로 보기에 화려한 성과를 만들어냈다. 명문 고등학교와 대학교 합격률이 높았고, 그들은 이를 현수막에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이면에는 불편한 진실이 있었다. 처음부터 우수한 학생들만 받아들이고도 마치 자신들의 교육 방식이 탁월한 것처럼 포장하는 모습이 실망스러웠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낸 부작용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이 학원에 보내기 위해 자녀를 별도의 '준비 학원' (일명 새끼 학원) 까지 보냈고, 성적이 곧 아이의 가치를 결정하는 듯한 차가운 현실 속에서 우리 아이는 스트레스를 겪어야 했다.      



이사를 하고 난 후, 우연히 방문한 같은 체인의 다른 지점에서 우리는 놀라운 변화를 경험했다. 이전 학원과 같은 간판을 달고 있었지만, 교육 철학은 완전히 달랐다.     



이곳의 원장님은 레벨 테스트를 학생 선별이 아닌, 개개인에게 맞는 맞춤형 수업을 설계하는 도구로 활용했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자기주도학습을 강조하는 교육 방식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특히 미국 이민을 준비하는 한 가정에서 두 자녀를 모두 이곳에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눈에 띄었다. 우리 아이 역시 미국 유학을 계획하고 있었기에, 이러한 사례는 이 학원에 대한 신뢰를 한층 더 높여주었다. 같은 체인 학원이라는 점이 더욱 놀라웠지만, 이는 결국 원장님의 교육 철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시다.                


         

그동안 영어학원이라고 하면 '비싼 수강료만 받아먹는 곳'이라는 부정적인 선입견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경험은 그런 편견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같은 간판을 단 학원이라도 원장님의 교육 철학에 따라 전혀 다른 학습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결국 화려한 브랜드나 체인점이라는 이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 교육 현장에서 실천되는 교육 철학과 아이들을 대하는 진정성 있는 지도 방식이다.     



이러한 깨달음은 우리에게 소중한 교훈을 주었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광고나 명성보다는 우리 아이에게 진정으로 맞는 학습 환경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아이의 미래를 위한 소중한 씨앗을 심는 이 과정에서, 우리는 교육의 본질을 보는 지혜를 얻게 되었다.      



이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진정한 교육자를 만난다면, 학원도 아이의 성장을 위한 훌륭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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