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에서... 기차를 만났다_강원도편

by 에세이스트

춘천에 가면 존재감을 드러내는 처녀가 있다. 금세라도 눈이 펑펑 떨어질 것만 같은 흐린 하늘 아래, 우뚝 서 있는 다름 아닌 소양강처녀다. 지난 주말, 가족 여행으로 강원도 춘천에 다녀왔다. 10년 만에 다시 찾은 소양강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소양강도 예외는 아니었다.



스카이워크 위에 올라 물 위를 걸어보니, 예전엔 물 위를 걷는다는 생각만으로도 무서웠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발 아래로 출렁이는 겨울 강물보다, 난간 너머 풍경이 더 눈길을 끌었다. 강 위에 떠 있는 커다란 철골 구조물과 크레인, 물 위에 길게 깔린 부유식 구조물들이 이어져 있었다. 소양강 위에 갑자기 공사장이 생겨난 것이다.



소양강을 가로지르는 유리바닥 사이로는 겨울 강물이 출렁이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 강 한가운데 떠 있는 공사 현장이 줄지어 서 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의 소양강은 예전과 달리 사진 찍기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다.



'도대체 어떤 공사이길래 소양강 한가운데를 파고 들어가는 걸까.' 정확한 정보를 알고싶어 매표소 직원에게 물어 보았다. 매표소 직원은 "춘천에서 속초까지 가는 새로운 철도 공사"라며 "소양강 밑으로 터널이 지나간다"고 말했다. 그제서야 뉴스에서 읽었던 '춘천~속초 철도건설' 사업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 공사는 서울 용산에서 강원 속초까지를 잇는 동서고속화철도 사업의 일부다. 계획대로라면 용산에서 속초까지 약 99분, 1시간 39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고 한다.



그 가운데 내가 소양강에서 목격한 공사장은 춘천과 속초를 잇는 구간 중 한 곳이다. 화천·양구·인제를 거쳐 이어지는 춘천~속초 93.85km 구간에는, 강원지역 최초의 하저(河底)터널이 포함된다. 소양강 스카이워크 인근에서 바로 그 하저터널 공사가 진행 중이고, 2028년 2월 29일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출처 : 국가철도공단·국토교통부)



하저터널은 말 그대로 강 바닥을 통과하는 터널이다. 소양강 스카이워크 아래, 더 깊은 곳에는 언젠가 열차가 지나다닐 터널이 생기는 셈이다. 예전처럼 강물과 산만 담긴 사진은 당분간 찍기 어렵겠지만, 한편으로는 '언젠가 이 강 아래를 지나 속초로 가는 기차를 타게 되겠구나' 하는 묘한 기대감도 생겼다.



나는 잠시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춘천의 랜드마크인 소양강 스카이워크 주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도 들었다. 지금은 사진 찍기에 분명 불편한 공사 펜스와 장비들이지만, 그럼에도 소양강의 풍경이 완전히 달라질 4년 뒤가 궁금하다.



이 철도가 생기면, 서울에서 속초까지 더 빨리 갈 수 있다. 겨울 바다를 보고 싶어질 때, 차 막히는 길 대신 기차에 몸을 싣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는 오늘 찍어 둔 소양강 공사 사진이, 새로운 여행길이 시작되던 순간의 기록이었음을 깨닫게 되지 않을까. 우리는 그렇게 또 다른 여행길을 얻게 된다.



춘천 소양강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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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소양강은 ‘호수 같은 강’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곳이다. 지도를 펼쳐 보면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소양동 일대에 자리하고 있는데, 시내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아도 탁 트인 물과 산 풍경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댐으로 막힌 상류 쪽은 소양호라는 거대한 인공호수로 이어지고, 시내 방향으로는 소양강이 굽이치며 흐른다. 그래서 이 근처에만 가도 강, 호수, 공원, 산책로, 다리 풍경이 한꺼번에 시야에 들어온다.



가장 눈에 띄는 시설은 소양강 스카이워크다. 강 위로 길게 뻗은 유리 바닥 데크를 따라 걸으면 마치 물 위를 천천히 미끄러지듯 걸어가는 느낌이 든다. 아래로 비치는 강물과 주변 산 그림자가 함께 어우러져 사진 찍기에도 좋다.


운영 시간과 입장 방식은 계절이나 정책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방문 전 춘천시 안내 페이지를 한 번 확인해 두면 헛걸음할 걱정을 줄일 수 있다. 스카이워크 주변 강변에는 벤치와 산책로가 길게 이어져 있어, 강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걸어 내려오면 자연스럽게 다음 코스인 소양강처녀상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