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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콤달콤 May 29. 2024

미국 유학 가방 짐싸기 요령

[ 15화 ]


어안이 벙벙한 채 입국층 세관원의 지시에 따라 가방을 열었다. 가방 전체에 빼곡히 쌓인 기저귀만 한가득이다. 손녀가 사용할 거라며 엄마는 재빠르게 나를 가리켰다. 세관원의 시선은 내쪽으로 옮겨졌고 띠에 매달려있는 아기를 보자, 의심스러운 눈빛이 무장 해제되었다.


" 검색대를 통과하는 가방을 체크할 때, 동일 물건이 지나칠 정도로 대량으로 반복적으로 쌓여있으면 우리는 확인해야 합니다. "


세관원은 우리의 가방을 보따리 장사 정도로 의심했고, 가방 속 내용물 확인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날의 경험으로 해외 출입국시 나만의 짐 싸기 요령이 생겼고, 그 비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 공항, 입국 심사 대처법]  함께 읽으면 큰 도움이 될 거라 사료된다.


여행이 아닌 장기간 해외 머무는 유학 짐 싸기는 쉽지 않다. 필요한 물품을 모두 챙기면서, 수하물 무게 규정도 지켜가면서, 보안 검색대에 걸리지 않는 몇 가지 요령이 필요하다. 딱 두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분산

불규칙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분산이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격언은 이민 유학 짐 싸기에도 적용이 된다. 딸의 품목 중 많은 용량을 차지하는 건 약 5개월 사용 가능한 여성용품, 미국 가족들에게 전달할 화장품 선물, 비상 상비약이다. 이것들을 가방에 담지 않고 절반씩 나누어 가방에 나눠 담는다. 


보안 검색대 지나칠 때 동일 품목 느낌이 나지 않도록, 소분하여 한 가방 안에서 여기저기 불규칙으로 담는다. 이불 한 장 - 여성용품 - 비상약- 여성용품 -이 불 한 장. 이런 식으로 말이다. 가로로 눕히기도 하고 가방 모서리 옆에 세우기도 한다.




그리고 맨 위에 읽던 책을 두 세권 정도 올려놓고 , 가방 지퍼 문을 잠근다. 이것은 혹시 모를 보여주기 식이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세관원의 붙잡힘이 생긴다면 가방을 여는 순간, 학생 느낌이 폴폴 묻어나게 하려는 엄마 마음을 담았다.


혼자 입국하게 된 딸아이가 심히 걱정된다. 덜렁대면 어쩌나 , 게이트는 잘 찾을 것인지, 여권 주머니를 옷에 꿰매 줘야 하나 오만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와 평생 붙어 다닐 수도 없는 일!  걱정하느니 차라리 가르치자. 


짐 싸기 요령도 가르칠 겸 몇 가지 주의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아이랑 함께 가방 싸기 작업을 했다. 딸은 조잘조잘 수다를 떨었고, 엄마인 나의 지시를 잘 따랐고, 나에게 힘을 보태어 주었다. 


티는 안 냈지만 기분이 묘했다.  경험에 의한 가르침은 엄마인 내가 우위지만, 아이가 툭툭 내던지는 말속에서 배움을 얻기도 한다. 세상 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음을 배우기 위해 '자녀'를 선물로 받는 거라는데, 이번 짐 싸기 작업을 하면서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딸이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는 다음에 기록하겠다. 지금 시간 오후 2시 15분. 서둘러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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