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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콤달콤 Jun 04. 2024

혼자 출국하는 '내 아이' 공항에서 해주었으면 하는 것

[ 17화 ]



" 고만 좀 하라고! 알았다고! "



수하물 무게가 초과되었다. 공부하러 떠나는 아이 가방에 짐이 많은 건 당연한 일. 규정상 23kg 허용되는 무게였고, 오바되는 무게만큼 추가금을 결재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32kg까지 무조건 10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미리 알았더라면 물건을 빼지 말고 32kg 꽉 채울걸! 


공항에 도착한 이후, 딸아이가 주의해야 할 사항들을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대답을 듣고자 말 끝에는 알았지? 하고 물음표를 달았다. 아이는 성의 없이 '알았다고!'를 반복했다. 가방 무게가 초과되어 결재하는 순간에도 나는 걱정의 끈을 붙잡고 아이에게 주의사항을 재차 이야기했다.



" 엄마! 알았다고. 고만 좀 해. 몇 번을 말해. 집에서도 말했잖아 "


" 이것이~ 오죽하면 성인을 동반하지 않는 만 19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오토체크인도 안되게 규정을 만들었겠냐. 어른의 보호를 받아야 할 대상이니까 그런 거지. 엄마가 걱정되니까 그런 건데 이쁘게 말해주면 좋차나! "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지나치리만큼 같은 말을 여러 번 한건 사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눈을 흘기며 빽 소리치는 아이가 순간 섭섭하고 밉기까지 했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강조했던 것일까?



품에서 절대 쌕가방 빼지 않기

VIP 라운지 이용하기

기내식 눈치 보지 않기



아이의 쌕가방에는 돈이 들어있다. 본격적인 미국 생활의 시작을 알리는 자본금이다. 큰돈을 품고 있으니 덜렁대면 어쩌나 걱정이 물밀듯 밀려왔다. 보안 검색대를 지나치면 쌕가방부터 챙기라 했고, 화장실에서도 비행기에서도 절대 허리에서 풀지 말라 했다.


그런 이유에서 사람 많은 탑승구 앞에 앉아 있지 말고, VIP 라운지를 이용하라 했다. 물론 세계적인 허브공항의 역할을 하는 인천국제공항에 소매치기 사건이 있을 리야 없겠지만 , 그냥 싫었다. 아이가 모르는 사람들로 가득한 공항 게이트 의자에 혼자 앉아있는 그림을 그려보니, 그 모습이 그냥 싫었다. VIP 라운지에서 편하게 쉬다가 탑승 시간 맞춰서 가라고 일러 주었다.


비행기를 타면 식사 타임에 음식을 가장 먼저 받을 텐데, 다른 사람 눈치 보지 말고 먹으라 했다. 움직임이 부족한 장거리 비행이라 기내식을 '과일식'으로 신청해 놓았다. 보통 사전에 기내식을 접수하면 일반식을 먹는 다른 승객보다 가장 먼저 음식을 받는다. 평소 콜라 리필도 못하는 아이 성격에,  옆자리 사람 음식 받을 때까지 안 먹고 기다릴 것만 같았다. 



엄마의 잔소리로부터 해방되는 순간이다. 이제 막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아이일까?  내 또 다른 심장이라며 쭉쭉 빨았던 게 엇그제였는데, 뒤도 한번 안 돌아보고 당차게 걸어간다.  환하게 웃으며 손 흔들어줄 법하건만, 저 당당한 걸음이 밉기만 하다.


아이의 방은 벗어 놓은 양말, 정리되지 않은 노트와 종이들, 좋아라 하는 연예인 굿즈통, 뚜껑이 열린 화장품으로 널브러져 있다. 청소도 한채만채 가버렸다. 방을 어지럽힌 아이가 밉다. 밉다가도 허전하다. 


아이의 물건으로 가득 찬 방에는 허전함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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