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참 무던한 편이다.
나같이 작은 일에 안달복달하지 않고, 소소하고 중요치 않은 일은 잘 넘기고, 중요한 일에 집중한다. 크게 화도 내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참 물욕도 없어서 개인 지출이 많지 않다. 일 할 때 쓰는 기기, 게임 등 자기가 관심 있는 것에만 조금 쓰지, 옷이나 기타 사소한 생활용품들에는 많이 지출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위의 특징들이 남편의 무던함이 아니라, 사고 싶어도 참고 스트레스받아도 무심한 척 넘어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부터 인가 남편이 면발처럼 긴 음식은 잘 삼키지 못하겠다는 말을 했다. 삼킬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먹기가 꺼려진다고 했다. 원래 남편은 편도결석이 잘 생기고 목이 자주 붓는 등, 목에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고 먹다가 사레들리는 경우도 많았다. 이번에도 비슷한 류의 문제일 거라 생각했으나 계속 며칠 동안 긴 음식을 먹지 못했다.
이비인후과를 갔더니 목이나 식도에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 기관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니 정신과에 가보는 게 어떨까 싶어 정신과에 갔다.
남편은 평소에 스트레스를 별로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겉으로 보기에도 위에 설명했듯이 아주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사업을 하는 사람이고, 본인 말로도 쉬는 것처럼 보여도 머릿속에는 온통 사업 생각뿐이라는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리가 없다. 그리고 '스트레스가 없다!'라고 단정 지어 말하는 것도 비현실 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편에게 머리로는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고 생각할지라도 몸에 먼저 신호를 보낼 수도 있다고 말해주었다.
정신과에 가서도 무슨 설문지 같은 것을 했는데 나랑은 다 상관이 없다~라고 한 남편이었는데, 검사 결과 '극도의 스트레스 상태'가 나왔다.
나는 한편으로는 예상했으면서도 믿고 싶지가 않았다.
과하게 스트레스받고 있는 사람인데, 참 무던한 사람이다~라고 나 편한 대로 넘겨짚고 있었다니....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랑 같이 살면서 스트레스가 급증했나?? 물론 최근의 변화에 나와의 결혼만 있는 것은 아니고 사업의 여러 가지 상황 변화나 개인적인 많은 일들이 있겠지만, 일단 저 생각이 들었다.
나 때문인가??
요즘 좀처럼 잘 진행되지 않는 임신 준비 때문에 혼자 괴로워하고, 남편에게 짜증도 부리고, 울기도 많이 하는 나를 바라보면서 스트레스가 더 심해진 것은 아닐까? 건강 챙기라고, 운동하라고, 건강한 음식 먹으라고 다그치고 집안일을 더 많이 하라고 바가지를 긁는 나 때문에 집에서도 편히 쉬지 못하는 건가??
더 나아가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혹시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건가, 그렇다면 참 외롭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전적으로 남편의 영향은 아니지만, 결혼 후 앞으로의 커리어, 인생, 임신과 출산 문제 등으로 기존 상태보다 스트레스를 더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직접적으로 힐링시켜주지는 못하는 것일까.
너무 과대 해석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런 생각들이 들었다.
앞으로 내가, 우리가 무엇을 해야 더 나은 상황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