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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돌이 Nov 22. 2021

난임을 겪으면서


산부인과에 처음 방문한 지 8개월, 난임 병원에 처음 방문한 지 6개월 정도만에 임신을 하게 되었다. 4번의 과배란과 자연임신 시도, 2번의 인공수정 시도, 첫 번째 시험관 시도만에 임신에 성공했다. 그중 인공수정 2회 시도는 난포 성장 문제로 실제 인공수정까지 가보지도 못했으니, 시술은 이번 시험관 시술이 처음이었다. 이렇게 세어보니 별로 긴 시간은 아니고, 꽤나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그동안은 그 안에서 허우적거리며 아주 오랫동안 고통받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평균적으로 봤을 때 그래도 빠르게 임신에 성공하여 난임 병원을 졸업하게 된 것 같다. 


정말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기약이 없는 도전을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었을까. 몸과 마음을 온전히 지탱하면서. 물론 실제로 닥치면 상상했던 것보다는 잘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딱 내가 견딜 수 있는 수준에서 여정을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동안 난임을 겪으면서 경험한 것들을 정리해두려고 한다. 



- 머리가 많이 빠졌다.... 원래부터 머리숱이 적고 모발도 아주 가느다란 편인데... 부지불식간에 더 빠져버렸다. 정말 큰일이다!! 출산하면 더 빠진다는데^^ 아무래도 호르몬제를 복용해서 나타난 부작용 같은데, 다른 분들처럼 차라리 살이 찌는 게 낫지 가장 취약한 부분을 공격당하다니.... 정신 차리고는 좋은 샴푸로 약간은 관리를 하면서 지켜보고 있는데... 원래 약한 모발이었던 만큼, 다시 엄청나게 풍성해질 일은 없을 것 같다. 슬프지만 슬픈 부분에 굳이 주의를 많이 집중하지 않는 것으로!!


- 스스로 주사를 놓고 약을 먹는 것이 생각만큼 끔찍하지는 않았다. 물론 기억이 벌써 흐릿해져서 미화된 것인지도 모르지만, 주사를 놓으면서 배 여기저기에 멍이 드는 일도 없었고 약 때문에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저조한 컨디션으로 지내지도 않았다. 주사 때문에 고생한 것은 오히려 병원 주사실에서 맞고 부풀어올랐던 적이 한 번 있었고, 집에서는 주사 바늘을 꽂은 후 재채기가 나오는 바람에 튕겨져 나온 바늘을 다시 찌르면서 작은 멍이 들었던 일 빼고는... 별 다른 이벤트는 없었다. 약과 주사 때문에 두통이 생긴 적은 꽤 있었지만 약을 처음 시작할 때 이틀 정도였고, 그 이후에는 잘 적응해서 지냈던 것 같다. 


- 혼자서 가장 곤란함을 많이 느꼈던 부분은 아무래도 회사와 병원을 같이 다니면서 스케줄을 조정하는 일이었다. 다행히 회사와 병원이 가깝고, 회사가 연차 반차 사용에 자유로운 편이어서 다닐 수 있었다. 전 회사였다면 난임 병원 다니는 사실을 오픈하지 않고 이렇게 계속 다닐 수 있었을까.... 연차 사용이 자유롭긴 했지만 그래도 중요한 일정과 병원 일정이 겹치게 되면 가기 어려울 때도 있었고, 혹시 그것 때문에 잘 진행이 되지 않은 것은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아무도 눈치 주지 않았지만 병원에서도 눈치, 회사에서도 눈치 보면서 지냈었다. 그나마 우리 선생님의 아침 진료가 수요일이라 수요일/토요일 이렇게 배분해서 경과를 살펴보면서 진행하기 수월했다. 


- 친구, 가족 등 사회적인 관계에서도 약간은 불편함이 있었다. 난임 병원에 다니는 것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더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토요일에 병원을 자주 가다 보니 만남 일정을 잡는 것에 조금 제약이 있었다. 그리고 여행을 가거나 할 경우 냉장보관이 필요한 주사를 챙겨가는 일도 참 번거로운 일이었다. 


-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가장 다루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들을 겪으면서 무력감도 많이 느끼고 우울함도 겪었다. 아무래도 몸으로 직접 느끼는 것이 없는 남편과의 심리적 거리감도 스트레스 중 하나였다. 


- 우리 부부는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하고 진행하여 금전적인 부분도 장기적으로 갈수록 고민이 되었을 것 같다. 물론 지금까지는 급한 게 돈이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내가 그렇게 꼼꼼한 성격이 못 되어서 처방 및 진료비에는 신경 쓰지 않으면서 지내긴 했다. 다시 정리해보니 내 생각만큼 그동안 비용이 크게 들지도 않은 것 같고... 아무래도 나는 처방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 생각보다 비용이 크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점점 차수가 늘어나면 계속 누적되는 의료비는 정말 큰 부담이 되었을 거다.



이제 내일 병원에 가고 나서는 일반 산부인과로 전원 하게 될 것 같다.

더 큰 어려움을 겪지 않고 이 병원을 졸업할 수 있다니.... 정말 다행이다. 어딘지에는 모르지만 감사하고 기쁜 마음으로 임신 기간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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