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하게 되었으니 자연스럽게 다음 목표는 출산이 되었다. 임신 준비 때와 정말 똑같게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는 나는야 초산 임산부다.
난임 병원을 무사히 졸업하고 9주에서 10주로 넘어가는 시기에 일반 병원에서 초진을 받았다. 간호사님들, 의사 선생님 모두 첫 번째 시험관 시술로 임신에 성공했다니 정말 행운이라고, 두 분 다 아주 건강하셔서 그런가 보다 라고 하셨다. 다시 한번 우리 부부의 행운에 감사하면서 진료를 받았다.
5일 만에 본 초음파에서는 처음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았다. 심장 박동도 아주 우렁찼고, 선생님께서 잘 크고 있다고 해주셨다. 어찌나 감사한지!! 장하다 나의 태아! 이번에는 남편도 처음으로 초음파 동영상 어플을 이용해서 사진이 아닌 영상으로 보고, 심장박동도 들을 수 있었다. 심장 박동을 처음 들은 남편은 휘둥그레 해졌다!! 이렇게 빠르고 쿵쾅쿵쾅 뛰고 있다니!! 그리고 영상을 시작할 때 마치 '안녕~'하는 것처럼 아기가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여서 그것도 참 내 새끼라고 오구오구 귀여워하면서 계속 돌려봤다.
일반병원에서 가장 놀랐던 것은 진료비.... 갈 때마다 최소 5만 원은 들던 난임 병원에 다니다가 만원 이하의 진료비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직까지는 별 탈 없어 보여서 그냥 내 몸과 마음이 가는 대로 생활하고 있다. 그렇지만 다음에 병원에 가서 하게 될 기형아 검사, 앞으로 계속되는 임신기간 중 어떤 일이 벌어질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늘 사람들은 본인에게는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어느 누구에게나 불행이 닥칠 확률은 똑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유산을 하게 된다거나, 아이가 건강하지 못하게 태어난다거나 하는 일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것 때문에 매일매일 걱정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머리로는 늘 불행에 대비하고 있다.
임신 전부터 계획되어 있었던 부서 이동도 임신으로 인해 무산되려나 하는 생각과 다르게 그대로 진행된다고 전달받았다. 옮긴다고 해서 근무지가 바뀌거나 일이 힘들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괜찮지만 그전에 인수인계를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고 새로운 곳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마음 한편으로는 내 임신은 알 바 아니고 그냥 회사의 결정, 스케줄대로 흘러가는구나라는 생각에 야속한 마음도 들지만, 갑갑해하던 장소와 일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에 기대가 되기도 한다. 출산휴가 돌입 전까지 열심히 해봐야지!
속이 비면 약간 울렁거리고, 대부분 잘 먹지만 특정 음식은 먹고 싶지 않은 정도로 입덧은 유지되고 있다. 잠이 많이 오는 것, 화장실에 자주 가게 되는 것도 초기부터 지속되고 있는 증상이다. 요 며칠간 더 심해진 것이 있다면 엉덩이가 아프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사무실에서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 그런 건가 싶었는데, 식당에서 식사하는 동안에만 앉아있는데도 너무 불편함을 느낀 적이 있다. 아무래도 의자가 편안한 스타일이 아니어서 그랬던 것 같은데, 그런 불편함이 평소보다 강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