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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자 Feb 12. 2023

두 번째 너는,

너에게 띄운다 1



© kellysikkema, 출처 Unsplash




안녕


처음으로 너에게 편지를 써본다.

너를 생각하면 소낙비처럼 시끄럽기도 하고 이슬비처럼 고요하기도 하다.

송곳처럼 날카롭기도 하고 눈물처럼 짜기도 하다.

때때로 나를 놓아버리게도 하고 세상을 휘청거리게도 한다.




그런 너는,

오늘도 내 곁에 있다. 옆에 있는데 편지는 왜 쓰냐고?

너와 함께해 온 시간들과 기억들을 추억하고 싶어서 쓴다.

그 지나온 '우리'의 지난날들이 오늘에도 이어지고 내일에도 이어질 거니까.




애증과 애틋이 내게는 늘 공존하는 너.

언제였을까.

곰곰 생각해 보니 흑백사진 속에도 네가 있었네.

너무 오래돼서 사진으로밖에 남아있지 않은 '순간'은 넣어두기로 할게.




가만있어보자.

고등학생 시절이었나? 아직 세상이라는 것에는 영 철부지였던 해맑던 그때,

친구들과 둘러앉은 가운데 너를 만났지.

너는 적당히 차갑고 적당히 단단하고 적당히 통통했지.

친구들과 나는 마치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것처럼 눈들이 초롱초롱했었어.

얼마 안 가서 너로 인해 눈이 다 풀려버렸지만 말이야.

울고, 웃고, 소리치고, 쓰다듬고, 춤추고, 고꾸라지고, 쓸쓸해지고, 속이 갑갑해지고,

그러다 지쳐 잠이 들고.

너는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물했지. 좋기도 했지만 나쁘기도 했어.

처음은 그런 걸까.

쓰고 달고 쌉싸름하고 맛있고 맛없고.




너와의 첫 만남은 비밀 연애를 하는 것 같았어.

너는 '나만의 너'는 될 수 없었지만, 친구들도 다들 그런 느낌을 가지지 않았을까 싶기는 하다.

아마 친구들 중에는 너를 이전에 먼저 만났던 아이들도 있었을 거야.

살짝 거드름이 묻어나는 아이도 있었으니까. 자기가 우위를 점했다고 생각했을 거야.

우리는 그 아이가 너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서 어설프게 너와 가까워지는 예의?를 터득했어.


너는, 그때 배워야 할 존재였어.

너무 많은 색깔을 가지고 있어서 종잡기가 쉽지 않았거든.

잘난 척, 너와 더 일찍 만났다는 이유로 어깨가 한 뼘은 더 올라가는 그 친구의 말을 경청할 수밖에 없었어.


그래. 그랬어. 그때는.

앞으로의 너와 내가 이렇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될 것이라는 걸 그때의 나는 몰랐지.

내 기억 속의 너에 대한 두 번째 인상은 썩 유쾌한 것은 아니었어.

너도 그랬을지도 모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도 질기게 붙어 있구나.

질리지도 않고.



#너에게 #애증 #편지 #두번째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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