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생각에게

by 가가

장마가 끝났다고 한다. 비가 비답게 내린 적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거 같은데 장마가 끝났다. 6월 말부터 열대야가 시작되고, 낮에는 햇빛이 쨍쨍하고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가 찾아왔다. 기분을 전환하려고 저녁 6시에 산책하러 나갔는데 지는 해가 눈부셨다. 아침에 일찍 산책을 하거나 해가 지고 나서 산책을 해야 할 거 같다. 공원의 트랙을 돌면서 나무를 바라보았다. 파란 하늘에 푸른 나뭇잎이 바람에 살랑살랑거렸다. 날씨는 더웠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을 보니까 마음이 편안해졌다. 더워서 땀에 옷이 젖고, 날벌레도 많지만 그 사이 잠깐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예쁜 풍경이 여름의 불쾌함을 달래주었다.

오랜만에 학교에 갔다. 학교에 가면 나무들이 쭈욱 늘어서 있는데 너무나도 초록초록했고 그날도 날씨는 화창했다. 길을 가다가 멈춰 서서 사진을 찍었다. 나는 나무를 좋아하는 거 같다. 사계절의 모든 나무를. 봄에는 꽃이 피고, 여름에는 푸르름이 가득하고, 가을에는 그 푸르름이 알록달록한 옷을 입다가 서서히 진다. 겨울에는 다음 봄을 기다리며 때때로 눈꽃이 피기도 한다. 사진첩을 보면 종종 나무와 하늘 사진이 있다. 계절의 변화를 나무와 나무를 둘러싼 하늘과 공기로 느끼는데, 그 과정에서 또 행복함을 느낀다. 그때만큼은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가족여행으로 숲길을 걸었다. 공원의 나무들, 학교의 나무들과는 달랐다. 전자는 나무 한그루 한그루 띄어져서 자라지만, 숲 속의 나무들은 서로 얽히고설키고 누구는 풀잎이 감싸고 누구는 길을 가로질러 맞은편 나무와 악수를 하기도 한다. 또 어떤 나무는 속이 텅 비어있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속을 동그란 기둥을 넣어서 파낸 듯 매끄럽게 구멍이 뚫려 있어서 신기했다. 그럼에도 살아있어서 신기했다. 또 숲 속에는 새들이 많아서, 저마다의 소리로 이야기를 한다. 이번에 들은 새소리는 ‘삐리리-삐리리’였다. 같은 새소리를 내는 두 마리가 조금은 다른 음정으로 대화를 나누는 게 신기했다. 숲길을 걸으면 마법 같이 스트레스가 조금은 사라지는 거 같아서 좋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이 스트레스를 쓸어내려주는 것처럼 숲길을 걸을 때면 스트레스가 희미해진다. 내가 숲길을 좋아하는 이유인 거 같다.

또 같은 숲길도 갈 때마다 느껴지는 게 다르고, 그 숲길을 걸을 때 하는 생각도 매번 다르다. 매번 달라지는 숲길처럼 나의 생각도 매번 바뀐다. 흐린 날씨 속 숲길, 맑은 날씨 속 숲길, 비 내리는 숲길의 느낌이 모두 다른 것처럼, 내 생각도 바뀐다. 지금은 흐리고 비가 오는 듯한 나의 머릿속이지만 언젠가는 구름이 개고 햇빛이 쨍쨍한 날이 올 거야. 그때까지 구름 사이 찰나의 햇빛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그날을 기다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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