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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 Apr 16. 2022

67. [넷플릭스] 아신전(2)

 ‘아신전’이 기존 킹덤 시리즈와 다른 이유는 바로 타자인 외국인이 주인공이라는 점이입니다. 타자는 내가 아닌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며, 탈식민주의에서의 타자는 피지배계층을 일컫습니다. 조선에서 귀족들에게 서민들은 타자입니다. 서민들은 소수자인 성저야인 여진족 앞에선 권력이 있는 다수자로 돌변합니다. 이것은 계급구조가 부득이하게 가질 수밖에 없는 차별이며 자신이 당한 대로 아래로 돌려주는 슬픈 장면을 피할 수 없습니다. 킹덤 시리즈가 이토록 사랑받는 이유는 나라의 최고 권력자인 왕이 쇠사슬에 묶인 좀비이면서 그 아래 신하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권력을 휘두르고 명분과 실리만을 내세워 서민들을 죽음에 몰아넣어도 모르는 척하는 사회비판적 메시지가 들어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한, 양반이고 서민이고 모두를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대우하는 좀비(?)라는 재앙 앞에서 결국 우리가 모두 같은 인감임을 강조합니다.


01.  동물에 빗댄 인간 계급.

 영화에서 등장하는 동물들을 각 계층의 인간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상징적인 동물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이 그들이 상징하는 인간 계급의 특성과 일치시키며, 영화 속에서 그 동물들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그리고 어떤 대우를 받는지 보면 영화에서 자세히 다루지 않는 다른 면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먼저 ‘돼지’를 보려고 합니다. 가축화되어버린 이들은 본래 야성에서의 포악함과 생존성을 진즉에 잃어버렸습니다. 또한, 인간에게 자신의 목숨까지 맡기며 그들의 보호 아래 살아갑니다. 사실 돼지는 굉장히 청결한 동물이지만, 더럽고 멍청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동물입니다. 이들이 상징하는 인물들은 주인공 아신과 아버지 타합이 속해있는 성저야인입니다. 이들은 백 년이 넘도록 조선인들과 전쟁을 포기하고 평화롭게 살기로 결심한 여진족들입니다. 모든 맡은 일을 잘 해낸다면 관직은 준다는 미끼로 조선의 권력자들은 그들을 잘 이용해 먹습니다. 물론, 집돼지가 그렇듯이 주인의 필요에 의해 아주 쉽게 죽임을 당합니다. 성저야인은 바로 그런 존재입니다. 영화에서 타합은 백정입니다. 초반 장면에서 타합은 돼지를 도축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스파이일을 하는 타합이 결국 자신의 부족민들을 죽일 것이라는 암시도 볼 수 있습니다.


 ‘집돼지’가 길들여진 여진족이라면 ‘멧돼지’는 호전적이며 길들여지지 않는 파저위 여진족을 상징합니다. 집단적으로 행동하며 앞뒤 가리지 않고 돌진합니다. 영화에서 나오지만 그들이 다녀간 마을은 생존자가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초토화를 시켜버립니다. 끓어오르는 분노와 야만성은 그들을 대표하며 그들을 피도 눈물도 없는 전사로 만들기도 합니다.


생사초를 먹고 정신나간 사슴.

 영화의 오프닝에서 ‘사슴’이 아무것도 모른 채 아무 풀이나 뜯어먹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것이 자신을 좀비(괴물)로 만드는 것일지라도 일단 당장의 굶주림을 없앨 수 있다면 뭐든 먹어버립니다. 사슴은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조선의 민중들을 상징합니다. 양반들이 술잔을 기울이고 파티를 하면서 고기를 먹는 동안 조선의 민중들을 가난하고 배고픔에 야생에 나가 먹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먹어야 했음을 시사합니다. 이들은 생사초를 통해 이성을 잃어버리지만 비유적으로 본다면 그들의 가난과 기근이 그들의 이성을 마비시킨 셈입니다. 이제 좀비가 된 사슴은 물불 가리지 않고 덤빕니다.


 그들이 덤비는 대상은 ‘호랑이’입니다. 영화의 오프닝에서 바로 나옵니다. 이들은 그렇게 덤벼드는 사슴을 손쉽게 제압합니다. 큰 힘을 드리지 않고 잡은 사슴을 맛있게 먹고 좀비가 됩니다. 호랑이가 상징하는 계급은 귀족입니다. 호랑이는 영역 내에서 생활하며 그 안에 들어온 것들을 포악하게 죽여버립니다. 그리고 육식동물이기 때문에 초식동물들 없이는 생존하지 못합니다. 이것은 서민들이 벌어다 주는 곡식과 과일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음을 은유합니다. 이것은 사회 시스템이 결국 동물의 생태계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시사합니다. 생태계의 가장 밑에 존재하는 사슴의 비극은 결국 그들 때문에 생존하는 호랑이에게도 큰 피해를 입힌다는 것입니다.


02.  비극

 “집으로 돌아가자” 이 대사는 파저위가 타합이 스파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그의 팔다리가 잘라 동물 이하의 취급을 당하는 중에 아신에 의해 발견되고, 그녀가 아버지에게 하는 대사입니다. 이 대사는 더욱 비극적인 이유는 그들에게 돌아갈 집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파저위에게 배신당한 그들이 발붙일 곳은 조선땅이지만 그곳엔 가족이나 부족민들도 모두 몰살당한 상태입니다. 게다가 조선으로 돌아간다 할지라도 삶의 질은 시궁창이나 다를 바가 없을 것입니다. 이것은 전쟁으로 오갈곳이 없어진 난민들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합니다.


 아신은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녀가 말하는 집은 두 가지 정도로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시체가 된 가족과 부족민들에게 생사초를 먹여 좀비로 만들었고 그들을 감금시켜 놓은 실질적인 장소를 말합니다. 이곳은 영화의 마지막에 아신이가 생사초로 그동안 무슨 일을 저질러 놓았는지 보여주는 공간입니다. 두 번째, 다른 가족들이 있는 죽음의 세계 혹은 아신이가 꿈꾸는 환상 속을 말합니다. 결론적으로 두 가지 모두 절대적으로 희망이 있거나 좋은 결말을 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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