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을 산책하며 생각한
내가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 서킷을 2주일 동안 하고 한국의 국립공원을 돌면서 그리고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겪어오면서 느낀 것은 현재의 상태를 만끽하며 감사함을 느끼는 삶을 살자는 것이다. 사람이 인간관계나 신경 써야 할 가정사가 있다면 주변의 아름다움을 쉽게 지나친다. 그들에게 아름다움이나 행복이란 현재 내가 있는 곳이 아닌 비행기를 타고 간 세상 저편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아름답게 가장 인상적인 부분만을 편집해 놓은 SNS 사진들과 멋지고 아름다운 배우들을 필두로 잘 디자인된 옷과 조명, 메이컵으로 가장 이상적인 부분만을 집합시켜 놓은 아름다운 곳의 풍경은 인공적인 공간일 뿐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욱 그곳에 집착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틀리다는 말이 아니다. 하루에 눈뜨자마자 회사에서 밤늦게까지 시달리고 일 년에 휴가라고는 한 달 남짓한 시간에 잠깐이라도 꿀 수 있는 현재가 진짜 영화와 같으니까 말이다.
2년 동안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며 느낀 바로는 사람 사는 곳은 결국 똑같다. 누군가에겐 당신이 살고 있는 그 거리가 그 도시가 낭만적인 휴양지가 될 수도 있다. 그럼 그 여행자는 보도블록 사이에 핀 민들레조차도 아름답게 보일 수도 있다.
한 작가가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당연하게 느끼는 어떤 것이 불가능할 때야 비로소 그것이 특권이었음을 알아챈다고. 휠체어를 타신 분은 엘리베이터나 휠체어 전용 길이 없이는 수업을 들으러 강의실 건물에 들어갈 수 없다. 그렇게 되면 교육은 비장애인들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 된다. 사랑하는 두 동성커플이 법적으로 결혼할 수 없으므로 결혼이란 법적인 절차는 이성애자들만 가질 수 있는 특권이 된다. 코로나가 온 인류를 덮친 지금 과거의 평범했던 날들이 특권이었던 것이다. 여러분들이 누리는 것은 누군가에겐 특권이다.
매일 지나가는 곳이라 그냥 흘겨봤던 곳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가 모르고 지나쳤던 아름다운 꽃이 피어있을 수도 있다. 하필이면 오늘 내리는 비는 농사짓는 분들에겐 소중한 물이기도 하고 숲 속의 나무와 꽃들을 건강하게 자라는 영양분이 된다. 비록 오늘의 야외 데이트를 망쳤으나 이번 기회에 새로운 데이트를 경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가. 분위기 있는 카페로 가서 빗소리를 들으며 그것이 주는 오묘한 분위기를 느끼며 과거의 일들을 이야기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때 시끄럽게 떠드는 옆 테이블을 보면서 그들에게 있는 공감능력에 경외감을 느끼고 얼마나 재미있는 일이 있으면 저렇게 크게 떠들까 하며 귀를 기울여보면 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게 되기도 한다. (다 들으라고 크게 떠드는데 안 들으려고 노력한다면 실례이지 않을까?)
이런 말이 있다. "세상이 당신에게 레몬을 준다면, 흔쾌히 레모네이드를 만들어 먹으라." 세상이 당신에게 고난과 역경을 준다면, 그것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라는 옛 말이다. 왜 내 삶만 이렇게 꼬이는지 모르겠고 왜 나만 힘든지 모르겠다며 부정적인 생각으로 방에 눌러앉아 투덜대기보다 세상이 당신에게 준 레몬으로 (새콤 달달한 딸기는 아닐지 몰라도) 무엇을 만들어볼지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