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에 대하여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어쩌면 먼저 다정해지는 일인지도 모른다.
문득 발걸음을 멈추게 한 순간들, 시선을 오래 머물게 한 풍경들을 한 컷의 사진과 짧은 글로 기록합니다.
(이 연재에 실린 모든 사진은 제가 직접 촬영한 순간 들입니다.)
사람은 모두 저마다의 길을 선택하며 살아간다.
누군가는 스스로의 의지로,
누군가는 삶이 이끄는 방향 속에서,
또 누군가는 충분히 이해받지 못한 채
어느 순간 어떤 길 위에 서게 된다.
하지만 어떤 길을 걷든
결국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저마다의 선택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외로운 전쟁을 치르며 살아가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우리는 종종
옳고 그름을 먼저 이야기하고
정의와 명분을 앞세우지만,
어쩌면 그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아주 단순한 마음일지도 모른다.
다정함.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내미는 마음.
나는 그 생각을
캄보디아의 어느 밤,
우연히 마주한 한 장면에서 떠올렸다.
그때 나는 캄보디아에 있었다. 해외 건축 봉사 활동을 위해 잠시 이곳에 머물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낮 동안은 현장에서 일을 했고 해가 지면 도시를 천천히 걸어 다니곤 했다. 이 나라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캄보디아의 일상 속에 깊이 스며든 불교였다. 도시 곳곳에서 주황색 가사를 입은 스님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고, 사원들은 특별한 장소라기보다 사람들의 삶과 함께 놓여 있는 풍경처럼 보였다. 종교라기보다 어쩌면 삶의 리듬에 가까웠다.
그날 저녁도 그저 그런 풍경을 잠시 바라보고 싶어 숙소를 나와 천천히 걸었다. 그리고 그 장면을 만났다. 금빛 사원이 밤하늘 아래 환하게 빛나고 있었고, 그 앞을 두 명의 스님이 지나가고 있었다. 한 명은 아직 어린 소년이었다. 막 세상을 다 안 것 같지도, 그렇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도 아니었다. 그 옆에는 조금 더 나이가 들어 보이는 스님이 자연스럽게 그의 어깨를 감싸고 있었다. 둘 사이에는 특별한 대화가 오가는 것 같지 않았다. 그저 함께 걷고 있었다.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사진을 찍으면서도 혹시라도 그 고요한 순간을 건드리게 될까 봐 셔터를 누르기 전 잠깐 망설였다. 그럼에도 결국 한 장의 사진을 남겼다. 지금은 여러 이유로 이 나라를 다시 찾는 일이 쉽지 않다고 들었다. 그래서인지 이 사진은 내게 더욱 특별하게 남아 있다. 우연히 마주친, 축복 같은 한 장면이다.
어린 소년이었다. 나는 문득 생각했다. 저 어린 나이에 어떤 마음으로 이 길을 선택했을까. 물론 각자의 사연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스스로의 의지로, 누군가는 가족의 뜻으로, 또 누군가는 삶이 이끄는 방향 속에서 이 길을 택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선택이든 우리는 결국 각자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어느 길 위에 서게 된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외로운 전쟁을 치르며 살아간다. 그래서인지 그날 밤 내가 바라본 장면은 종교적 풍경이라기보다 사람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소년의 어깨 위에 놓인 스님의 손. 그 장면에는 가르침이나 규율보다 먼저 어떤 온기가 있었다. 누군가의 길을 잠시 함께 걸어 주는 마음, 그 조용한 다정함이 눈에 들어왔다.
그날 이후로 나는 종종 그 장면을 떠올린다. 거창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특별한 이야기가 담긴 장면도 아니었다. 그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어깨를 감싸고 같이 걷고 있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장면은 오래 마음에 남았다.
생각해 보면 누구나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다른 선택을 하고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며 각자의 방식으로 하루를 견딘다. 그러나 그 모든 길 위에서 사람들이 바라는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보호받고 싶고 이해받고 싶고,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지고 싶다는 마음이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를 이해하려 할 때 먼저 주장하거나 판단하기보다 조금 더 단순한 것에서 시작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다정함. 먼저 마음을 여는 것. 어쩌면 포용이라는 말도 그렇게 시작되는 것일 것이다. 그날 캄보디아의 밤, 사원 앞을 지나가던 두 스님은 아마 아무 생각 없이 그 길을 걷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그 장면이 이렇게 남았다.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어쩌면 먼저 다정해지는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