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되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
기술은 점점 똑똑해지는데,
사람들은 왜 할매를 찾을까.
문득 발걸음을 멈추게 한 순간들, 시선을 오래 머물게 한 풍경들을 한 컷의 사진과 짧은 글로 기록합니다.
(이 연재에 실린 모든 사진은 제가 직접 촬영한 순간들입니다.
바야흐로 AI 이야기가 넘쳐나는 시대.
무엇이 대체될까.
무엇이 남을까.
어떤 일은 사라지고
어떤 능력은 더 중요해진다는데.
연구자와 분석가들은
꽤 성실하게 그 질문에 답한다.
효율과 생산성의 언어로
미래를 설명하고
기술이 바꿔 놓을 세상을 정리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글은
비슷한 문장으로 끝난다.
결국 인간적인 일,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는 활동,
몸을 쓰고 안목을 꺼내는 일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틀에 박힌 논리 전개와 끝단의 다독임.
못내 끄덕여지는 이야기들.
그런데도
마음 한쪽에는
묘한 불안이 남는다.
시나브로 우리는
AI를 떼어내고 살 수 없는 상황.
기대와 불안 사이에서
모두가 그것을 붙잡고 있다.
그러다 문득
다른 결의 장면을 마주했다.
주말에 잠시 머문 지방에서의 시간.
역사 안에서 눈에 들어온 작은 가게 하나.
청도 할매김밥.
이상하게도
‘할매’라는 단어가 붙은 가게를 보면
마음이 먼저 누그러진다.
할매김밥.
할매국밥.
할매곰탕.
어디서든
그 이름이 붙어 있으면
괜히 반갑다.
대단한 맛집일 것이라는 기대보다
그저 평타 이상은 할 것 같은 믿음.
그리고 무엇보다
설명하기 어려운 안전함과 안정감.
시절을 건너도 끊이지 않는
사람들의 발걸음.
어릴 적
할머니 집 부엌에서 맡던 냄새처럼
이유 없이 마음이 놓인다.
생각해 보면
이 감각은 기능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AI는
정보를 정리하고
패턴을 분석하고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할매’라는 단어가
우리 마음에 만들어 내는
그 묘한 안도감까지
대체할 수 있을까.
김밥의 재료가 아니라
그 이름이 쌓아 온 시간.
투박하지만
사람 냄새가 나는 기억들.
어쩌면
대체되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
기능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쌓여 온 심상과 관계.
사람들이
할매김밥을 사 들고 가는 모습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기술의 시대가 깊어질수록
우리가 붙잡아야 할 것은
어쩌면 더 인간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투박하지만 따뜻한 것.
설명은 어렵지만 믿음이 가는 것.
‘할매’라는 단어가 주는
그 조용한 안정감처럼.
어떤 시대가 오더라도
사람다움의 중심은
아마 그 근처에,
할매 안에,
혹은 할매 곁에 있을 것이다.
-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