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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hae Sep 15. 2022

하루에 하나씩 버립니다 - 1일 차. 에코백을 버리다

에코백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건 에코한 건가

버리는 건 내가 가장 못하는 일이다. 미련이 많아서 해외여행을 가면 맥도날드에서 받은 현지 케첩까지 가져오곤 했으니까. 60일 동안 하나씩 버리면 무엇이 달라질까? 이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 보려 한다. 버린 것에 대해 에세이를 쓴다는 아이디어는 문보영 작가의 <불안해서 오늘도 버렸습니다>를 참고했다.




출근길에 쇼핑몰을 둘러보다 옷장을 검색했다. 환절기라 그런 건지 집에  먼지가 많아선지 아침마다 콧물이 줄줄 나기에 옷장을 하나 살까 싶었다. 헹거를  채운 옷들이 커버도 없이 걸려 있는 모습이 미워 보이기도 했다. 좁은 집이 예뻐 보이려면  숨기는 기술을 배워야 한다.


옷장을 찾다 보니 책장을 찾게 되고 화장대를 찾게 됐다. 책장을  채우다 못해서 바닥까지 쌓인 책을 정리하고, 욕실이나 선반에서 하나씩 발견되는 화장품도 수납할까 싶어 조립형 책장이나 폴딩 박스, 화장 선반까지 탐색전을 벌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뭔갈 새로 사지 말고 거슬리는 걸 다 버리면 살 필요가 없어지지 않을까.


버리는  내가 가장 못하는 일이다. 미련이 많아서 여행을 가면 맥도날드에서 받은 현지 케첩도 가져오곤 했다. 마지막 장까지  썼지만  버리는 수첩, 각종 전시나 영화제에서 구매한 기념 굿즈, 텀블벅 펀딩하고 리워드로 받은 작은 배지들. 한때의 기억이 담겨 있단 이유로 이사할 때마다  챙겨 오면서도 다시 꺼내 보지 않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언젠가 쓰지 않을까 싶어 못 버린 거 많으시죠?" 유튜브에서 본 버리기의 고수들은 나 같은 사람은 하도 많이 봐서 잘 안다는 것처럼 말했다. 버리기 고수들의 팁 가운데 인상적인 건 두 가지였다. 첫째, 오늘부터 하루에 하나씩 버리세요. 둘째, 물건을 하나 사면 집에 있는 물건 하나가 나가야 합니다. "이렇게 총량을 유지하면 집에 있는 물건을 다 알게 되기 때문에 꼭 필요한 걸 찾느라 온 집안을 헤집을 필요가 없어요."




1일 차. 에코백을 버리다


가장 먼저 떠오른  에코백이었다. 수년 전까지 가죽 가방도, 백팩도 싫다며 에코백을 고수해 왔다. 가죽 가방은 관리가 어려워서 싫고, 백팩은 폼이 나지 않아 싫었다. 나름대로 다양한 색상과 쓰임을 고려해서 사들인 에코백이 많지만 기념품으로 받은 것도 많아  많은 수가 서랍에 처박혀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많아도 자꾸 손이 는 아이들은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끈이 돌돌 말려 어깨를 누르지 않도록 두께감 있는 천을 써야 하고, 어깨 끈도  넓어야 한다. 끈이 너무 얇으면 속옷의 어깨 까지 겹쳐져 닿는 부분이 아프다. 어느 의상에나 휘뚜루마뚜루 걸치려면 패턴이 너무 많은 것은 피해야 하고 세로로  형태보다 가로로  형태가 짐을 많이 드는 사람에게 유용하다. 어깨에 걸리게 고리가 충분히 길면서도 물건을 꺼낼 때 허리를 숙이지 않아도 될 만큼만 길어야 하고.


그러다 보니 겨우 서너 가지 정도를 돌려 썼던  같다.  알면서도 친구에게 선물을 받았단 이유로, 팝업 행사에 가서 어렵게 구했단 이유로,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후원한 사람에게만  '한정판' 굿즈라는 이유로 버리지 못한 가방이 친자. 게다가 요즘은 백팩을 쓴다. 매일 들고 다녀야 하는 노트북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서 폼은 포기했다.


내가 에코백을 다 펼쳐 놓고 보니  직장 동료들이 해외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사다  기념품이 꽤 많았다. 런던 유명 서점이나 퐁피두 센터의 타이포 그래피가 들어가 있다. 이걸 갖고 있으면 언젠가 런던이나 파리에 갔을  메고 싶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아니나 다를까 스쳤다.


영화제 굿즈 숍에서  에코백도 있었다. 한때 영화 잡지 기자가 되고 싶어 영화제 현장 취재를 하는 객원 에디터로 일한 적이 있다. 매년 달라지는 영화제 콘셉트도  역사인데, 런 걸 챙기는 내가 너무 중요했던 때가 있었는데 하며 미련이 울컥 솟는 기분이 들었지만  참았다. 너무 많이 써서 오염이 심한 , 여전히 자주 쓰는 가방을 제하고 보니 열댓 장이 모였다.


에코백 버리는 방법


환경을 해치지 않는다는 의미로 이름이 에코백인데, 이걸 다시 쓰레기봉투에 넣는 게 찝찝했다. 에코백을 기증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디앤디파트먼트에서 상시로 에코백 기증을 받는 걸 알게 됐다. 에코백을 가져다주면 디앤디파트먼트의 슬로건을 나염해 고객에게 준다고 한다. (제로 웨이스트 숍이나 북페어 등에서 한시적으로 에코백 기부를 받아 쇼핑백 대신 물건을 담아 주는 경우도 있다.)


하루에 하나씩 버리기를 계획할 때는 무조건 쓰레기봉투에 담는 걸 생각했는데, 어떻게 하면 쓰레기를 덜 만들면서 버릴지도 고민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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