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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hae Sep 17. 2022

하루에 하나씩 버립니다 - 2일 차. 양말을 버리다

양말과 실핀과 고무줄의 미스터리

버리는 건 내가 가장 못하는 일이다. 미련이 많아서 해외여행을 가면 맥도날드에서 받은 현지 케첩까지 가져오곤 했으니까. 60일 동안 하나씩 버리면 무엇이 달라질까? 이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 보려 한다. 버린 것에 대해 에세이를 쓴다는 아이디어는 문보영 작가의 <불안해서 오늘도 버렸습니다>를 참고했다.



2 .  잃은 양말을 버리다


‘나는 발목 양말을 견딜 수가 없어.’ 얼마 전 친구와 밥을 먹다 얘기했다. 양말은 발목이 보이지 않도록 길거나 스니커즈 아래로 쏙 들어가는 페이크 삭스여야 하지 신발 발목 라인 위로 애매하게 보이는 길이가 아니어야 한다.


예전에는 양말을 자주 샀다. 형광색 양말을 종류별로 사기도 하고 한 켤레에 이만 원이 넘는 디자인을 사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선물도 종종 했다. 양말을 꺼내 신는 계절이 오면 네 생각이 난다는 이야기가 좋아서 꽤 좋은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예쁜 양말을 사면 뭐 하나. 사도 사도 없어지는 실핀과 고무줄처럼, 양말도 꼭 하나만 남기고 사라진다.


빨래 바구니에서 세탁기로 옮길 때 빠져선지, 엄마가 잔소리하는 것처럼 건조대에 짝을 맞춰 널지 않아선지, 가끔 너무 피곤할 때 침대에 누워서 양말을 벗자마자 잠들어선지, 그러다 침대 사이로 떨어지는 아이들을 발견하지 못해선지. 쓰다 보니 왜 사라지는지 잘 알겠다.


언젠가 반대쪽이 나타날 거라고 보관해 둔 짝 잃은 양말을 버렸다. 페이크 삭스부터 신발 안에 신으면 발이 꽉 끼는 털실로 된 겨울 양말까지. 짝 잃은 양말들이 한 봉지나 서랍장에 엉켜 있었다.


양말을 버리며 생각한 것


하나씩 버릴 때는 몰랐는데 한 봉지나 되는 양말을 버리려니 좀 아까웠다. 에코백 정리할 때도 그랬지만 자주 사용하는 물건인지, 이미 관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기. 물건을 샀다면 아끼는 마음으로 잘 관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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