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 시간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 방법

<디자이너 마음으로 걷다> 나가오카 겐메이

by Letter High

새로운 습관과 내 몸의 합을 맞춘다는 것. 하지 않아도 아무도 혼내지 않고 한다고 하여도 아무도 칭찬해 주지 않는 이 일을 우리는 왜 지키려 하는 걸까. 나는 왜 루틴을 지키려고 하는 걸까. 이 책을 읽으며 꾸준함이 나의 일상에 어떤 의미인지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작가는 ‘일이라는 힘든 루틴 속에서 어느 날 갑자기 불쑥 찾아오는 그런 행복과 만나면 이 순간을 위해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생각조차 들게 마련이다. 행복은 괴로움 안에 있다’라고 말한다. 독서하고 질문노트를 쓰면서 좋은 점은 흔한 말을 다시 보게 된다는 점이다. ‘행복은 괴로움 안에 있다’라는 말처럼 많이 들어왔지만 정작 내가 설명하자니 힘든 말들이다. 눈길을 허공에서 이리저리 돌려봐도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 뻔한 말이 내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올 때 어떤 단어들을 입고 나오는지 알고 싶었다.


그렇게 찾은 단어들은 나만의 속도, 시간, 분위기이다.

루틴은 내 일상의 속도를 조절해 준다. 일이라는 게 항상 예고 없이 오다 보니 그 일들을 쫒느라 허둥지둥할 때가 있다. 일을 쫒느라 바쁘기 전에 아침에 명상을 하면서 나의 마음이 몸보다 먼저 가지 않도록 잡아준다. 몸과 마음의 속도가 맞지 않으면 직감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느낌을 받는다. 평소에 하는 명상과 글쓰기가 어느 정도 몰아붙이면 탈이 나는지 나의 컨디션을 알려줘서 일의 속도를 따라가다 넘어지지 않도록 과속방지턱 역할을 해준다.


그리고 루틴이 있어야 내가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 된다. 스스로 시간사용자가 되는 것이다. 루틴이 없다면 시간에게 내가 먹히고 만다. 울타리 없는 일상이 자유일 것 같지만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한다. 규칙 없는 무한한 선택에 노출되면 그 선택을 하느라 시간을 다 써버려 중요한 일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자유를 느끼려면 스스로 만든 규칙을 지킬 줄 아는 절제가 필요하다. 절제가 사라진 생활은 정련되지 못한 일상을 남긴다. 필요 없는 선택을 하지 않음으로써 아낀 시간을 모아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에 주고 싶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시간을 손에 넘치도록 쥐고 태어난다. 그 시간을 내가 어떻게 쓰는지 보지 않으면 시간 속에서 길을 잃는 것이다. 그래서 시간을 정성 들여 써서 보냈다는 흔적을 남기고 싶다. 그 흔적은 나의 몸에 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루틴의 좋은 점은 그 사람의 분위기를 바꾼다는 것이다. 나는 사람을 만날 때 두 가지를 보게 된다. 분위기와 에너지이다. 분위기는 말하지 않음에도 느껴지는 그 사람만의 고유한 질감이고, 에너지는 그 사람의 생각이 말로 나오면서 느껴지는 단단함이다. 루틴을 지키려 노력하기보다는 손에 쉽게 잡히는 즐거움만 따라갔을 때 그 즐거움의 노예가 되고 만다. 노예의 분위기를 품은 사람이 되기에는 우리는 모두 너무 아까운 사람이다. 한 조각씩 모아 온 루틴들로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다 보면 자신만의 분위기가 생길 것이다.


이렇게 루틴은 일상을 고르는 일이다. 예쁜 꽃이 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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