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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 Sep 05. 2023

일단, 재미를 찾아서 움직여봅니다만

하고 싶은일 완료


동생이 운전하는 차 보조석에 앉아, 멍하니 앞을 바라보고 있던 내 눈을 사로잡은 건 탐스러운 노란색이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노란색이 뭔가 자세히 봤더니 꽃 한 송이였다.



꽃이 잘 있는지 보는 걸까?



라이더 아저씨와 함께하는 샛노란 귀여움과 귀여운 스티커를 통해 눈코입과 수염까지 만들어내서 보는 사람이 저절로 미소 짓게 만들었다. 누군가에게는 무의미하게 지나갈 수 있는 그 길을 미소 짓게 해주는 것. 어쩌면 아저씨가 바라는 그림이 아니었을까? (물론, 내 생각이지만)


꽃 한 송이에 기분 좋아져서 동생에게 얘기하자 정말 피식 웃더니 말했다.


그럼 (누나도) 머리에 꽂아.

.. 운전하는 동생을 때릴 순 없어서 노려보고 끝났지만.






아기자기하게 즐거운 기분이나 느낌. fun.

재미는 어쩌면 이런 귀여움이 저절로 나오는 라이더 아저씨의 노란 꽃 같은 느낌이 아닐까? 어쩌면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서 활기를 불러오는 아주 작은 바람이 될 수도 있는.


그런 의미에서 요즘은 정말 하고 싶은 걸, 내 재미를 찾기 위해 일주일에 한 가지씩 꼬박꼬박 채워주고 있다.

8월이 지나 9월이 됐으니 새로운 것으로 다시 채워주기 시작했는데 벌써 2가지를 채웠다.



하나는 스콘을 굽는 걸 배우는 거였는데, 아주 무사하게 잘 구워냈다. 중간에 소금이 덜 섞여서 단짠단짠의 조합이 기가 막혔지만(?) 일요일에 구웠는데 오늘 오전까지 아주 알차게 다 먹었다.


스콘을 구워내다니.. 똥손인 나도 가능하다는 걸 배우면서 이번에는 커피를 배워볼까-하는 또 다른 도전이자 또 새로운 재미를 찾아냈다.





그리고 또 하나는 피자와 함께하는 독서모임이었다. 아늑한 공간이 감성이 되는 그곳에서 정말 울고 웃으며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인생 책으로 시작된 하나의 이야기였는데, 그 시작과 동시에 연애, 결혼, 그리고 친구와 직장, 인생까지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었는데 그 하나하나가 마음을 꽉꽉 채웠다.


분명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시작한 만남이었는데 정말 많은 것을 불러왔다. 그 안에서 다시 또 느꼈던 건 한 사람이 다가오는 것의 의미가 정말 스쳐 지나가는 가벼운 게 아니라는 것. 그러니 앞으로는 다가오는 사람을 크게 포옹해 줄 수 있는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다가가는 나 역시 나에게는 한 사람이라는 것도.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에서도 이야기하지 않나. 사람이 온다는 건 아주 어마어마한 일이라고. 그의 현재뿐만이 아닌 그의 과거도, 미래도 다가온다고. 정말 한 사람의 일생이자 어쩌면 우리는 한 사람이라는 책을 통해 그의 인생을 읽어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 책을 아주 소중하게 대해야 하지 않을까? (라고.. 책을 아주 깔끔하게 보지 않는..ㅎ 사람이 말했다..)





어쩌면 재미는 정말 내가 다이어리에 완료라고 체크를 표시하는 그 순간일 수도 있지만, 그 체크를 만들기 위해 내가 보냈던 모든 시간들이 쌓여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그 시간들이 쌓이며 재미에 재미를 더해 행복을, 그리고 행복으로는 하루를 채우고, 하루는 쌓여 인생이 되는 것처럼. 그 모든 시작이 나의 재미가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수고했다는 문장이, 오늘도 재밌었다.라는 문장으로 마무리되는 하루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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