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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 Sep 04. 2023

붉은 노을과 여름의 끝자락이 걸려있어

좋아하는 계절은?


좋아하는 계절이 뭐야?

친해지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한 번씩 나오는 질문이었다. 그 질문 속에는 같은 취향인지 확인하는 것을 떠나 나는 너를 알고 싶어-라는 마음이 물씬 묻어 나오고 있었다.  


나는 너무 무더운 여름도, 그렇다고 너무 추운 겨울도 힘들어. 더위보다 추위를 더 타는 사람이라 극과 극인 온도를 자랑하는 계절보다 그 계절이 끝나고 시작되는 계절들을 좋아했다.


겨울 다음 , 그리고 여름 다음 가을.





나 스콘 배우고 싶어.

취미로 베이킹을 배운 동생에게 얘기했다. 마카롱만 아니면 된다더니 재료를 쓱 불러주기 시작했다.

중력분이랑 버터랑, 계란이랑, 우유랑..


동생이 불러준 재료들을 떠올리다가 고개를 내저었다. 집에는 중력분 대신 강력분이, 버터는 남기는 했는데 양이 애매하고, 우유는 없었다. 계란은 있었지만 모자랄 수도.. 가능한 건, 배우고 싶은 마음만 있었을 뿐이었다.


동생은 당장 재료를 준비하라는 눈치였지만, 가능했던 재료인 배우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려고 했다. 슬그머니 또 귀찮음이 몰려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귀찮음을 뚫고 스콘을 만들 수 있게 도와주려는 건지, 마침 엄마가 장을 보러 가야 한다며 마트에 가자고 했다. 양념게장을 해야 하는데 쪽파가 부족하다고.


엄마와 손을 잡고 마트로 가기 위해 아파트 단지를 걸어가는데, 하나의 풍경이 눈을 사로잡았다.



우리 아파트는 아님…. 아파트에서 사진을 안 찍었네..


초록빛으로 싱그러움을 자랑하던 나무들이 곱게 물들고 있었다. 햇빛을 잘 받는 한쪽은 붉게 물든 노을이 걸려있었고, 다른 한쪽은 여름의 끝자락이 걸려있었다.



엄마, 단풍인가 봐.

잡은 손을 흔들며 얘기하자 응, 그러네- 하며 머릿속에 쪽파로 가득한 엄마가 대답했다. 감성이 가득한 F형 딸이 반응이 없다며 투덜거리자 마지못한 얼굴로 예쁘네라고 대답하는 T형 엄마.


항상 가을이 다가와 단풍을 곱게 물들으면, 꼭 가족여행을 다녀오고는 했다. 강원도의 산을 방문하거나(절대로 등산은 하지 않는다.) 단풍이 예쁘다는 곳을 방문하고는 했다. 그래서 작년에는 제천을 다녀왔었다.



작년 10월에 다녀온 제천


올해는 또 어디를 갈까- 하는 마음이 가을이 물드는 풍경을 바라보며 행복해졌다.


무더위가 가시면서 걷기 좋은 날들이 생겨서 그런 것인지 색색깔로 물드는 풍경이 예쁜 건지, 반팔 대신 긴팔을 찾게 돼서 그런 건지, 그것도 아니면 가을마다 어딘가를 떠나는 여행을 반기는 건지 알 수없지만, 어쨌든 성큼성큼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가을이 더 새로운 건, 제일 친한 친구의 결혼식이 있어서 그런 걸 지도 모르지.





어쨌든, 마트에서 사 온 재료들로 뚝딱뚝딱 스콘을 구웠다. 금세 달달하고 고소한 향이 집 안을 가득 채웠다. 케이크보다 더 간단한 재료와 빠른 시간까지. 이번에는 처음이라 알려준다고 동생이 거의 도와줬지만, 다음에는 혼자 구워봐야겠다.


갓 구운 스콘이 진짜 맛있는 거라는 동생의 말에, 스콘 끝을 쪼개서 뜨거움을 후후 식혀서 먹으니 더 달달하고 고소함이 입안을 채웠다. 아빠와 엄마 입 안에도 쏙쏙 넣어드렸다.


케이크는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길목에서 배웠는데, 스콘은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다가오는 날에 배우네. 좋아하는 계절마다 베이킹과 함께 하는 건가?



오늘 운동 끝나고 집에 가는 길 너무 예뻤던 노을..!



좋아하는 계절은?이라는 질문에는 늘 봄이나 가을을 대답하고는 했었다. 여름은 너무 뜨겁고, 겨울은 너무 추웠다. 봄이 안 춥다는 것도, 가을이 덥지 않다는 것도 아니지만 다른 계절에 비해 짧기 때문인지 더 그 시기가 반갑고 좋았다.


그래서 그럴까, 스콘까지 굽게 되면서 가을이 더 좋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스콘을 많이 구워서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선물로 줘야지. 가을을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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