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티너가 되고 싶어
시간 가는 걸 보면 정말 기가 막힌다. 한 것도 없는데 벌써 올해가 3개월 남짓이다. 이대로 올해를 망칠 순 없다. 흘러가는 대로 살 순 없다. 하늘 한번 더 보고, 바람 냄새 더 맡자.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 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일도 가볍게 시도하자. 결과가 어떻게 되든 주눅 들지 말고 그냥 하자.
- 귀찮지만 매일 씁니다/ 귀찮
오늘도 어김없이 6시 50분에 알람이 울렸다. 알람 소리와 함께 떠지지 않는 눈을 떠서 깜빡이며 느린 손을 옮겨 알람을 껐다. 그리고 더 잠들었다. 5분을 더 자기 위해 5분 일찍 알람을 설정했기 때문이다.
제시간에 일어나도 될 텐데, 5분을 더 일찍 일어나면 아직 여유가 있어서 더 잘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아서 매번 이렇게 알람을 맞추고 있었다. 그렇지만, 5분은 너무 짧았다. 잠깐 눈을 감았던 것 같은데 벌써 5분이 지나갔다. 내일은 10분으로 당길까..?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5분 더 일찍 깨기는 싫다. 이제는 일어나서 출근준비 해야 한다.
하루가 정말 어떻게 가는 건지 싶을 정도로 아침은 늘 바쁘기만 하다. 아침을 챙겨 먹겠다고 더 일찍 일어나게 됐지만(그래봤자.. 5분 정도) 아침을 먹으면서 생각을 해봐도 역시나 미라클 모닝은 자신이 없다.
미라클 모닝과 관련된 책을 읽고 5시에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해 봤는데, 올빼미는 아니더라도 새벽형은 정말 아니더라. 오히려 더 몸이 피곤해서 컨디션이 저조해지기만 했었다. 역시나 나에게 맞는 건 5분에서 10분 더 일찍 일어나서 아침 챙겨 먹는 정도인가 보다.
어쨌든, 그렇게 하루를 시작해서 출근을 해서 일을 하다 보면 퇴근 시간만 기다리게 되는데.. 유독 회사에서 일을 하는 시간은 더디기만 하다. 하늘 한 번 더 보고 싶고, 바람 냄새 더 맡아보려고 했지만 오늘 하루는 유난히 해가 뜨거웠다. 더위를 식힐 겸 커피 수혈할 시간인 것 같아서 사무실 밖을 나섰다가 뜨거운 햇살에 피식 웃어버리고는 바로 사무실로 들어와 버렸다. 오늘 하늘은 실내에서만 지켜보는 걸로.
사 오지 못해서 아쉬워하며 시원한 물로 달랬지만, 결국 더위를 뚫고 아샷추와 함께했다. 사무실에서 일하다 여유가 되면 책을 좀 읽어볼까 했는데 눈에 안 들어와서 20분이면 끝날 분량을 퇴근할 때가 돼서야 덮을 수 있었다. 오늘은 해야 하는 일들이 제법 있어서 오전에 책 읽고 싶었는데.. 여기서부터 벌써 일이 밀려버렸다.
집에 도착하자마자(심지어 퇴근 시간이라 차가 막히기까지..) 옷을 갈아입고 바로 필라테스를 하러 갔다. 최소한의 건강은 지켜줘야 할 것 같아서 주 2회는 꼬박꼬박 참여하는데 오늘은 일이 밀려서 그런지 빨리 끝나고 가서 해야지-라는 생각을 했었다가 시작한 순간.. 머릿속이 바로 새하얘졌다.
오늘은 저번보다 몸이 더 풀리신 거 같아요.
아뇨.. 선생님.. 저 허벅지 떨리는데요..
.. 필라테스 선생님은 끝날 때까지 아주 친절하게 웃어주셨다.
어쨌든, 무사히(?) 집으로 도착해서 밀린 일을 처리하듯 하나씩 해결해 갔지만 시간이 조금씩 부족해서 뒤로 밀리기는 했지만.. 겨우겨우 완료.
분명 루티너가 되고 싶고, 성장하고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일을 벌여놓은 것 같은데 생각만큼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심지어 오늘의 글쓰기도 11시 전에 올리는 게 목표였는데 지금 시간은 11시 30분이 다 되어간다니..
그런데, 또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떨까. 바라는 결과가 어떻게 되든 이렇게 하고 있는 과정이 중요한 게 아닐까? 이렇게 과정들이 만들어질수록,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그리고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나게 될 테니까.
그렇기에 오늘도 이렇게 글을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