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하 Sep 14. 2023

내가 원하는 대로

<엘리멘탈> 이 알려줬어


Started out on a one-way train
Always knew where I was gonna go next

Didn’t know until I saw your face
I was missing out on every moment


Steal the show - lauv (엘리멘탈 OST)


엘리멘탈을 보고 온 후부터 노래 가사가 계속 귓가를 맴돌았다. 노래 가사를 따라 귀여운 웨이드(물)와 열정적인 앰버(불)의 모습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했다.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봤던 영화기도 했지만, 웨이드를 만나 변해가면서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을 찾게 되는 앰버의 모습이 뭉클하면서도 정말 눈부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퇴근을 할 때뿐만 아니라, 노래를 듣고 싶을 때 이 노래와 늘 함께였다.






SNS에 글을 올렸는데, 그날 유독 진한 마음을 담아내서일까. 친한 후배이자 동생인 K가 댓글을 남겼다.


샘. 다시 저희와의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단호박처럼 얘기하시다니.. 슬퍼ㅠㅠㅠㅠㅠㅠ


댓글을 보고 오랜만에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안부를 물었다. 그 안부 사이에서 K가 얘기했다. 지금이 간호사를 할 때보다 행복해 보인다고.


분명 K와 쉬는 날에는 같이 카페도 다니고 술 한잔과 함께 얘기고 나누고,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기도 했다. 일을 하면서 발생했던 무수히 많은 에피소드들이 쌓였고 운전이 미숙한 시절부터 익숙해지기까지, 분명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 다만, 이야기가 잘 통하고 즐거웠다고 해도 일을 하는 건 달랐다.


근무하는 것에 적응하고 익숙해진 순간 다람쥐의 쳇바퀴처럼 늘 그 안에서만 굴러갈 뿐이었다. 그 안에서 늘 다음번의 근무가 최대한 편안할 수 있게 최선을 다했지만 끝에는 늘 아쉬움이 남았다. 그렇지만 그 아쉬움마저 곧 바람에 흩날리듯 바로 사라지고는 했다. 어차피 그다음 날도 나아지는 것 없이 똑같이 되풀이될 테니까.



왜 남이 정한 대로 살려고 해?


영화 <엘리멘탈>에서 앰버는 아버지의 가게를 물려받으려고 애쓰지만, 오히려 그렇게 애쓰는 앰버를 향해 웨이드는 질문을 던진다. 그의 질문에 무언가에 맞은 얼굴로 흠칫하지만 그 마음을 갈무리하며 다른 건 될 수 없다고 답한다. 그 모습에 같이 울컥해 버렸다.


앰버의 모습에 내가 겹쳐졌다. 나 역시 내가 원하는 직업을 선택하지 않았었다. 조금 더 내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엄마가 원하던 것을 내 인생에 가져왔을 뿐이었다.


여자는 전문직으로 사는 게 최고야.


그렇다고 생각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더라도 원한다면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직업이니까. 그래서 수능 성적에 맞춰 전공이 확실한 대학교를 졸업하고 8년을 간호사 생활을 하면서 지냈다. 그 길이 나한테는 최선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다른 친구들에 비해 취업도 빠르고 취준생의 고민도 하지 않았으니 더 복 받았다는 생각에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않고 마음을 꾹꾹 눌렀다. 그런데,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다른 것을 찾고 싶어 하는 나를 한 번씩 발견하게 됐다. 하지만 실행까지 옮길 수 없었던 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던 것도 있지만, 더 이상 무언가를 시작하기에는 늦었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내가 그랬지? 넌 특별하다니까.
네 빛이 일렁일 때가 좋아


그랬던 내가 지금은 어떻게 하면 더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쳇바퀴 속에서 최선을 다해 굴리고 아쉬움을 남기건걸 반복하던 삶에서 벗어나, 매일을 다르게 채워가고 있다. 어제와 똑같은 것을 하더라도 오늘이, 내일이 달라질 것을 알기에.


앰버를 바라보며 말하는 웨이드의 말처럼 나는 지금 계속 빛을 일렁이고 있지 않을까?





앰버와 웨이드의 모습에 울컥하기도 사랑스럽기도 했었던, 그리고 나를 돌아보게 했던 <엘리멘탈>이었지만 역시 영화에서 제일 눈물이 쏟아졌던 건, 앰버의 아버지가 한 말 때문 아니었을까?


내 꿈은 가게가 아니라 항상 너였단다.


엄마 역시 내가 안정적인 삶에서 일을 하는 걸 원하셨지만, 그럼에도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있는 걸 보고 있는 모습이 행복하다고 얘기하시니까.


다만.. 책은 좀 그만 늘어놓으라는 소리와 함께 등짝 스매싱도 함께지만.



매거진의 이전글 일단, 주말은 힐링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