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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 Sep 18. 2023

꽃 길을 걸어가

내 가장 친한 친구에게


나, 9월에 결혼하기로 했어.

봄기운이 물씬 풍기던 날, 집 앞 카페에서 친구 S가 말했다. 순간 카페에서 흐르던 배경음악과 사람들의 말소리가 소음처리 된 듯 짧게 멈췄다가 이어졌다.


물음표 가득한 내 표정을 보더니 다시 한번 말을 꺼냈다. 9월에 예식장 잡았어.


수줍음과 민망함, 그리고 두근거리는 설렘이 섞인 S의 표정에 정말 잘됐다며 축하한다는 마음을 전해주었다.


그리고 봄에서 가을이 된 날씨가 아름답던 지난 주말, 내 가장 친한 친구 S가 결혼을 했다.





일과 연애는 어떨지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자 같이 사주를 보러 가면, 똑같은 애들이 붙어 다니네. 할 정도로 비슷한 취향으로 닮아있는 S는 10년이 넘은 시간을 함께한 친구이자 이제는 친구를 넘어 가족이었다.


서로의 흑역사를 안주삼아 술을 마시기도 하고, 때로는 누구보다 차갑게 객관적인 사실로만 나열해서 뼈를 때리기도 하고(둘 다 공감을 잘하는 F형임), 때로는 아무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정도로 차곡차곡 시간과 애정을 공유해 왔다.


그런 가장 소중한 친구이자, 언니 같기도 혹은 동생 같기도 한 친구가 결혼을 했다.



미안.. 실제로는 피부 진짜 하얀데… 왜이렇게 찍었지..?


어휴, 결혼식은 무슨. 그냥 평일 저녁에 고기 먹을까? 날 잡아서 저녁에 먹자.


장난과 진심 그 어딘가 사이에서 맴도는 S의 화법에 웃음이 터졌다. 난 그럼 월요일이랑 수요일은 빼줘, 운동가야 하니까. 장난 섞인 말에도 알겠다며 야무지게 대답한다.


결혼식장을 잡아서 하는 것보다는 스몰 웨딩으로 하고 싶다며 펜션을 이야기하더니, 정말 식당도 이야기하다가 예약까지 할 기세였다.(정말…) 그래서 진짜 고깃집 잡는 줄 알고 고기를 구워 먹는 것도 아주 잠깐 상상을 해보기도 했었지만, 선택한 건 결혼식장이었다.


용인 쪽에 있는 곳이었는데, 아주아주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공간이었다. 고풍스럽고 화려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한 커플만 받는 독채라 공장에서 찍어내듯 다음 분들 들어오세요- 같은 느낌이 아니어서 더 좋았다.


프로포즈처럼 부케 전달하던 남편분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 초대하고 싶은 사람들만 펜션으로 초대해서 결혼하는 것만 같았던 그곳에서, 신부는 신부대기실에서 앉아서 사람들을 반기지 않고, 신랑과 손님을 같이 맞이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날은, 비 오는 날들이 지속돼서 예식 당일날까지 비가 올까 걱정했었는데 맑은 햇살이 축복하듯 반겨주어서 그 햇살만큼 눈부셨다.



가장 친한 친구 S에게


무대공포증(…)이라 축사도, 축가도 불러주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너한테 전해주고 싶었던 마음은 정말 누구보다 한가득이야. 하고 싶은 말은 정말 잔뜩인데, 수위가(?) 조절이 되지 않을 것 같네. 이 글을 읽을지 안 읽을지 알 수 없지만, 신혼여행 잘 다녀와서 만나서 얘기하자. 우리는 통화를 짧게 하든, 길게 하든 늘 만나서 얘기해도 모자라니까.


내가 축하하기 위해 갔던 결혼식에서 신부들은 정말 다 너무너무 예뻤지만, 그래도 나한테 제일 최고 예쁜 신부였어. 진짜 결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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