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느낌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살아가다 보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잠시 멈추어야 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팽팽 돌아가는 바람개비 안에 무엇이 그려져 있는지 바람개비가 멈추었을 때 비로소 정확하게 볼 수 있듯이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숨을 고를 때, 비로소 새로운 것들을 발견할 여력을 갖게 됩니다.
- 페데리카의 특별한 여정,
03 잠시 멈추었을 때 비로소 발견하는 선물 같은 순간들 중에서..
그런 순간들이 있다. 멈춰야만 보이는 순간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시간들 속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을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되는 순간.
아주 짧은 반짝임으로 인해 쉽게 놓칠 수 있는 그런 순간. 그래서 그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기록을 하기로 했다.
하루에 아주 작은 순간일지도 모르지만, 그 순간들이 시간이 흘러 또 다른 방향성을 제시하는 우연 같은 일이 될 수도 있으니까.
정말 충동적으로 고른 시간이었다. 이번 달 계획을 세우면서 하고 싶은 일 중에 한 가지를 전시회 가기로 정했다. 원래는 동생과 뱅크시의 전시회를 보러 가기로 했던 것이었는데, 정말 뜬금없이 다른 전시회를 가기로 결정했다. (물론 뱅크시도 놓칠 수는 없지!)
페데리카의 특별한 여정.
이 작가를 잘 알기 때문에 설정한 것도, 그림을 어디선가 본 것 같기도 해서도 아니었다. 정말 처음 보는 작가이고 처음 보는 그림들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충동적으로 선택했던 이유는 전시회의 이름 때문인지도 모른다.
Ordinary(평범한)에 extra가 더해져 특별한 이라는 뜻이 되었다는, 특별한 여정이라는 이름 때문에.
- 여러분들의 일상에 이번 전시가 더해져 각자의 특별한 여정을 만들어가는 촉매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이 문장이 마음에 스며들어서 진한 감정을 유입시켰는지도 모르지.
어쨌든, 전시회의 이름 때문이든 충동적으로 결정했지만 가야지- 하고 티켓을 예매했는데, 송파에 위치한 전시회와 또 마침 우연처럼 친구들과의 저녁 약속이 강남인 것 또한.
그 우연들을 엮어서, 갑자기 아침에 자기도 가겠다는 동생과 함께 송파로 출발했다.
도착한 곳에서는 예매 여부를 확인한 뒤 티켓을 받았다. 이제는 서로의 스타일을 너무 잘 알아서 티켓을 받고서는 각자 움직였다. 서로 눈에 담는 작품들도 다르고 각자의 속도에 따라 움직이는 게 편하기 때문에.
페데리카 델 프로포스트는, 로마의 의료계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건축학과 석사를 이수했다. 그리고 건축가로서 커리어를 쌓아가다가 어렸을 때부터 관심 있던 그림을 다시 그리다가 독학으로 일러스트레이터가 됐다.
그녀의 커리어도 커리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간 사람이라 더 멋있게 느껴졌다. 다양한 색들의 향연이 아닌, 몇 가지의 색을 쓰지 않아도 깔끔하고 자신만의 색깔을 확실하게 표현하는 그림도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들어온 작품이었는데, 이 그림은 언뜻 보면 다양한 꽃이 가득해서 화려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상하게도 화려함보다는 다른 감상이 먼저 들었다. 오히려 이 화려함의 의미가 어떤 거지-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Blooming 개화>라는 제목으로, 내성적인 성격을 꽃으로 표현한 작품이자 페데리카가 자신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도 했다. 최근에는 더욱 외향적으로 변하고 표현도 풍부해졌지만, 이 작품을 제작한 2019년에는 작품 속의 남성과 같다고 했다.
지금은 외향인이라는 페데리카와 다르게, 나는 쭉 내향인이었기 때문에 설명을 읽지 않아도 묘하게 마음이 끌렸던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설명을 읽고 나서 더 마음에 들었던 걸 보면 그 이유가 맞는지도 모르겠다.
이 그림에서 유독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꽃들 사이에 있는 손이었는데, 꼭 갈길을 잃은 것만 같이 방황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외부의 영향에 따라 갈피를 잃는 모습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다양한 꽃들은, 많은 생각을 하면서 나와의 싸움을 하고 있는 내향인의 마음처럼 느껴졌다. 꽃으로 표현한 이유도, 상처받기 쉽지만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그 마음이 표현된 것은 아닐까? 혼자 생각하면서 그려나가는 이 시간들이 꼭 나와 연결하는 모든 과정과 닮아있어서 더 마음에 끌렸다.
이 작품 말고도 눈에 들어온 작품들이 있었는데, 그 작품들은 동생과 대화를 하면서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어쩜 보는 시야가 이렇게 다른지, 이게 바로 T와 F의 차이인가? mbti의 견해가 아니더라도 그 대화를 통해서 내가 보는 시야뿐만 아니라, 못 보던 부분들까지 알 수 있어서 신기하기도 했다.
나는 이렇게 신발로도 하루하루를 표현하는구나, 꼭 OOTD 같다.라고만 생각하고 넘어갔던 작품이었는데 동생은 이 작품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유가 weekend라고 표현된 신발에만 날개가 달려있는데, 평일과 다르게 빠르게 지나가는 주말을 표현한 것처럼 느껴져서 직장인의 비애가 느껴졌다나.
나는 오히려 아무렇지 않게 지나갔던 작품이었는데, 보는 관점이 다른가 싶어서 신기했다. 지금에서야 이 작품을 보면 쏜살같이 지나가는 시간이 아닌 팍팍한 평일에서 자유로워진 주말을 표현한 것이지 않을까 싶지만 둘의 시선 차이겠지.
이 <파리의 크리스마스>란 작품 역시 다른 견해의 포인트를 가지고 있어서 신기했는데, 우선 이 작품에 대해 소개하자면, 갑작스러운 테러로 인해 암울한 도시의 분위기로 이 작품을 첫 페이지에 써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결국 변경을 하지 않고 쓰면서 오히려 독자들에게 어려움을 극복하는 희망으로 느껴져서 많은 울림을 줬다고 한다.
나 역시 화려함과 활기찬 분위기, 그리고 그림에서부터 나오는 그 따뜻하고 아름다운 풍경과는 다르게 상반됐을 그 당시의 아픔과 암울하더라도 희망을 그려나가면서 이 작품을 바라봤을 사람들의 마음에 뭉클함이 차올라서 오래오래 이 앞에 머무르게 됐다. 하지만 그런 나와 다르게, 동생은 해석을 중심으로 아주 상세하게 외우고 있었다. 이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마자 철저한 해석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할 말을 잃었다.
황당해서 할 말을 잃었다는 것이 아닌, 이렇게 견해의 포인트가 다를 수 있구나- 싶어서 오히려 더 재미를 느꼈을 뿐만 아니라, 내가 못 보던 모습을 이야기해서 조금 더 오래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이 대화를 하면서 가족임에도 이렇게 다른 시야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서, 재미를 느끼는 것과 다르게 오해 또한 쉽게 만들어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이기 때문에 이해하는 부분들이 있음에도 서로의 끝과 끝을 보여주며 의견을 좁히지 못할 만큼 싸울 때가 있는데, 그럼에도 가족이기에 참는 부분들이 있지만 타인은 정말 다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히려 그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각자의 다름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디든 생각이 맞닿아 있다는 것을 느낀다면, 그것만으로도 서로를 이해하고 오해가 생기더라도 풀 수 있는 것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다음의 전시회가, 더 기대됐다. 또 어떤 대화를 나누게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