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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 Aug 12. 2023

북토크가 궁금해

귀찮지만 일어나 보자


책을 읽기 시작한 지 2년이 다 되어가면서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고 있었지만 작가님을 실제로 만나본적은 없다. 여러 이유들이 뒤섞인 것도 있지만 굳이 표현해 보자면 좋아하는 작가님들이 생겨도 이 작가님 보러 가고 싶어!라고 할 정도로 열정적인 성향은 아니기 때문일까. 사실 좋게 좋게 표현하려고 했지만.. 귀찮음을 뚫고 움직이기엔 집에서 누워있는 게 제일 좋았다.


그런데, 여느 때와 다름없이 협찬이 들어와서 읽은 책이 지극히 귀찮은 집순이를 밖으로 움직이게 만들 줄이야.



작가님은 istp라던데..


책 제목부터 마음에 콕 박혔다. 그래서 협찬 제의가 들어왔을 때 덥석 받아들인 것도 있었다. <귀찮지만 매일 씁니다> 작가님 이름도 귀찮. 프로필마저 다 귀찮이라니. 너무 내 스타일인데?


실제로 책을 읽으면서 발견한 내 모습에 흠칫해서 작가님께 연락을 드리기도 했다. 혹시 제 모습 그대로 가져가셨냐고.. 관심법으로 보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위트 넘치는 작가님의 대답이 돌아와서 순간 웃음이 터졌다.



낯가리는 성향 탓에 선안에 누군가를 들어오는 걸 경계하는데도 그 위트가 경계를 사르르 풀어놨고(사실 책 읽으면서 바로 풀렸다) 작가님이랑 꼭 실제로 얘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북토크라니? 정말 보자마자 바로 신청을 했다. 순식간에 모집인원이 끝났다니, 귀찮음에 망설였으면 못 갈 뻔했다. 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으면 모를까, 몇 번을 환승해야 하는 거리에 슬금슬금 가지 말 까라는 귀찮은 마음이 치고 올라왔다. 한편으로는 강한 태풍 소식에 혹시나 취소되면 어쩌지-라는 불안함도 있어서 싱숭생숭한 마음이었지만 취소되지 않아서 퇴근하자마자 바로 서울로 향했다. (그런데.. 비 오는 거 알면서 우산은 왜 안 챙겼니..)


오랜만에 서울공기를 맡으며(?) 북토크가 열리는 장소로 향하다가 위치를 확인하자마자 근처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커피 수혈이 너무 필요했거든. 그래서 커피 마시면서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면서 시간을 보냈다가, 시작 8분 전에 무사히 도착했다. 조금만 더 여유 부렸으면 지각했을 뻔..



북토크 끝나고 집에 가기 전 한 장 찰칵!


정말 많은 사람이 와있는 곳에 들어서자마자, 내성적인 성향이 순간 훅 치고 올라와서 바로 빈자리를(그것도 구석으로) 탐색하고 후다닥 앉았다. 지금에서야 좀 아쉽게 느껴지는 건, 그냥 앞에 앉을걸. 굳이 왜 구석으로 들어갔지..?



어쨌든, 7시 30분이 되면서 바로 시작하려고 했는데 기계문제로 강연이 아닌 Q&A로 시작했다. 오히려 그 시작부터 집중도를 높이면서 유쾌함이 더해졌고, 기계 문제가 해결되면서 시작한 북토크 겸 강연은 정말 내가 책에서 읽었던 작가님 그 자체였다. 끊임없이 샘솟는 매력이란!  



작가님은 중간중간 그림을 통해 귀여움으로 빠져들게 하면서 <귀찮지만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리고 그 주제가 왜 구체적이지 않아도 되는지와 왜 일상을 그려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까지 전했는데, 그 안에는 내가 고민하고 있던 부분들이 담겨있었다.



아.. 그제야 알게 됐다. 내가 왜 귀찮음을 이겨내고 이 장소에 왔는지. 이야기하지 않아도 누군가 나를 알아주는 것 같은 고마움과 그 안에서 전해오는 위로로 인해 책을 읽기 시작하게 만들었던 작년의 나. 그리고  지금 내가 고민하고 있었던 것들을 담아내고 있던 작가님의 글. 글이 결국 마음을 움직였구나.



내 이야기가 사람을 움직인다.


그래서 콘텐츠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작가님의 이야기는, 결국 나는 얼마나 내 이야기를 담고 있었나-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어쩌면 나는 꾸준하게 이어가겠다고 하면서도 내 마음을 담지 않은 채 요행을 바라고 있었던 건 아닐까?


과거의 영광도, 미래의 기대도 아닌 지금. 즉, 현재를 써야 하는 이유. 그 이유를 작가님을 통해 다시 알게 된 지금. 나도 지금을 꾸준히 기록해보려고 한다. 내가 찍은 점들이 모여서 어떤 선을 그을지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그 선이 굉장히 멋진 그림을 그려내지 않을까 싶다. 아니, 굳이 멋지지 않아도 어때. 추상화도 괞찮지 뭐. 어차피 내가 만든 건데!



귀찮지만 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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