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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 Aug 09. 2023

P에서 J가 될 거야

소파에 누워있던 집순이 밖으로 탈출


20대의 나는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항상 사람들의 곁에서 있느라 가족보다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30대가 접어들면서부터 많은 사람들을 함께 만나는 것보다 한 사람과의 소통이 소중해졌고, 자연스럽게 시끄럽고 화려한 곳에서 조용하고 편안한 공간이 좋아졌다.


성격이 변한 것인지, 아니면 원래 가지고 있던 성향이 드러난 것인지는 알 수없지만 집 밖보다 집 안이 좋아진 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된 일 중 하나였다.

그래서 그런지 상대 쪽에서 이야기하지 않는 이상 약속도 잘 안 잡게 될뿐더러, 약속을 잡아도 취소되면 좋아하는 사람이 됐다.


완전한 집순이의 생활로 접어든 것이다.



주위에서는 내 변화를 신기하게 여기는지 종종 mbti를 묻고는 했다. 완전히 맹신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믿지 않는 것도 아닌 나는 자연스럽게 내 mbti를 isfp라고 이야기해 줬다. 듣자마자 이해 가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일 때는 좀 멋쩍은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렇게 집을 사랑하고 벗어나기 좋아하지 않는 내가 변하기 시작했다.






자칭이자 타칭 집순이라고 불리는 내가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소파나 침대에 누워서 책 읽기다.

그런데, 한 책을 만나게 되면서 달라짐을 꿈꾸기 시작했다.



왼쪽 상단에는 이 달에 해야 할 일 3~4가지를, 오른쪽 상단에는 하고 싶은 일 3~4가지를 적습니다.  먼저 해야 할 일 3~4가지와 하고 싶은 일 3~4가지는 무조건 이달 안에 끝내야 하는 일입니다.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은 항상 미뤄두는 것에 익숙합니다. 구체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떠올리고 매달 3~4가지씩 작성해 보세요.

- 당신의 기록은 꽤나 대단합니다 / 이경원



책에서는 다이어리를 쓰면서 그 달의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 3가지만 적어보라고 했다.

처음에는 이 목표를 쓰는 것마저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야 할 일은 그럭저럭 적겠는데 하고 싶은 일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긴 고민 끝에 ‘하고 싶은 일’에 적었던 건 독립서점 방문이었고, ‘해야 할 일’은 브런치작가 신청이었다.


책을 쓰고 리뷰를 작성하게 되면서 내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꼭 브런치에서 시작해야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하게 된다면 그 안에서 하고 싶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다. 물론 생각은 늘 행동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아서 신청하려고 들어와서 모니터만 바라보다가 나가기 바빴다.


그 기간이 쌓여가면서 흐릿해진 목표 안에서 길을 잃고 멈춰있었는데 책이 또 한 번 새로운 길을 안내해 준 것이다.    


마침 또 휴가기간이라 집에서만 보내기 아쉬운 마음에 다이어리에 쓴 하고 싶은 일 목록에 있던 독립서점을 가고 싶었지만, 가고 싶었던 곳은.. 내가 쉬는 날 같이 쉬고 싶었는지 휴가였다.


결국 또 집순이가 되어 소파에 누워있었다가 있어 보이게 뷰가 좋은 카페 가서 글이라도 쓸까 싶어서 검색하던 찰나에 발견했던 독립서점 한 곳.


차로 15분 정도로 생각보다 가까운 위치에 있다는 걸 알게 돼서 더 늦어지면 소파에서 못 일어나겠다 싶어서 무거운 엉덩이를 일으켜 바로 패드와 책을 챙겨서 나왔다.




또 갈거야… 다시 봐도 너무 예뻐..



생각보다 외진 곳(?)에 있었는데 그 점마저 마음에 쏙 들었다. (도심보다 한적한 곳을 좋아하는 1인)

독립서점이자 카페는 특유의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고, 안에 들어갔을 때 손님도 2팀만 있어서 굉장히 조용했다.


진짜 이렇게 온 건 운명이 아닐까? 어쩌다 이런 곳을 또 발견하게 됐을까? 이런 분위기에 약한 건 또 어떻게 알고? 정말 머리부터 발끝까지 달달한 기분에 젖어 바닐라 라테와 스콘에 케이크까지 알차게 주문했다.



그리고 1층 서점을 구경하면서 아이쇼핑이 아닌 폭풍사재기(?)를 하고… 마음을 가다듬고 올라와 주문한 라테를 마시면서 디저트까지 한 입씩 넣으면서 사진도 찍고, 그 여유를 맛보기 시작했다.




다음 달 카드 값에 한 몫 또 보탰….



그리고 뒤늦게서야 아차 싶은 마음에 하고 싶은 일 목록에서 하나를 해결했으니 ‘해야 할 일’ 중 하나인 브런치작가 신청을 하기 위해 부랴부랴 글을 적기 시작했다.


좋은 기운을 그대로 쏟아내서 그런 걸까, 설레는 마음으로 신청하고 마무리까지.


노을이 지면 더 예쁠 풍경이었겠지만 조금은 늦은 오후 카페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브런치 선정의 결과는 알 수 없지만, 계획했던 그대로 해냈다는 그 성취감이 뿌듯하게 마음을 채워서 신났던 그날. 정말 뭐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그날에서 2일이 지나 정말 브런치작가 선정이 됐다고 연락이 왔다.


일주일 전의 나는 적어도 일주일에 5번은 글을 올릴 수 있다고 자신만만해했다가.. 이제 쓰지만.. 어쨌든!



P도 J가 될 수 있다고 보여주는(?) 시작점이 아닐까라는 기분 좋은 꿈을 꿔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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