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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 Oct 22. 2024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하루

쉬어가는 것도 중요해!



어제와 다르게 일찍 일어나서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고 와서 엄마랑 좋아하는 샌드위치도 먹었다. 하나씩 딱딱 해결해 나가는 시간이 좋았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 오후가 되면서 몸이 축 늘어졌다. 오늘 해야 할 일들의 리스트를 머릿속으로 쭉 써 내려가는데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냥 하기 싫어졌다.


오전까지는 괜찮았던 거 같은데, 왜 갑자기 하기 싫어졌지? 작심삼일이 지나서? 다시 작심삼일 생각할 때인가? 브런치라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해야 되나 싶어 졌지만 글마저 쓰고 싶지 않았다. 어제 생각했던 재스민이라도 그릴까 싶었지만, 그림도 그리기 싫었다. 이거라도 해볼까?라는 질문에 “그냥 다 싫어”로 대답하게 되니까 지금 무언가에 마음이 틀어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말고 아무것도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집에 있는 시간이 좋지만 한 번씩 밖으로 나가서 걷고 싶어질 때가 있다. 하지만 막상 걸으려고 하면 집에 접착제처럼 착 붙어있고 싶어 진다.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가도, 막상 나가려고 하면 귀찮음이 몰려와서 약속이 취소됐으면 좋겠다고 바라기도 한다.


ISFP의 특징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내가 그런 모순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게 좋다는 것도 이제는 안다.


그래서 결론은 하기 싫은 마음이 들 때 푹 쉬었더니 하고 싶어 지더라. 이제야 미뤄뒀던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해결하기 시작했다. 브런치에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 져서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막힘없이 술술 써 내려갈 수 있는 것도 충분히 쉬어줬기 때문이라는 걸 아니까.


전에는 쉬어줘야 한다는 걸 잘 몰랐었다. 해야 할 일들이 있으면 그 목록을 지워나가면서 하나씩 처리하며 나를 몰아세우기 바빴다. 이건 다하고 가야 해. 어쩌면 간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하면서 그 고집 아닌 고집이 강해졌는지도 모른다. 내가 하지 않은 일들은 다음 근무에 넘어갔다. 다음 근무에 넘어가게 되면, 연차가 올라갈수록 민망해지는 것도 있었지만, 그 민망함은 사실 연차에 대한 책임감보다는 누군가에게 비난을 받고 싶지 않았던 것이 컸다.


일을 하며 늘 이야기했던 말은 “나는 내 듀티(근무)가 편안하길 바라.”


왜냐하면 어차피 통제할 수 없는 상황들이 생기지만 모든 것들을 통제안에 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 근무시간이 탈이 나지 않기 위해, 그 잔여물들이 쌓여서 다른 사람들에게 넘어가지 않기 위해.


내 근무가 늘 완벽하게 끝낼 수 없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누구에게도 비난받는 상황이 생기지 않기 위해. 그래서 그때는 늘 긴장해 있는 상태라서 밥을 먹으면 자주 체했고, 어깨의 긴장이 목으로 이어져 늘 두통을 달고 살았었다.


그래서 간호사를 그만둔 지금은 그렇게 관리와 통제로 나를 단단하게 가두려고 하면 자유롭게 풀어주려고 하는 편이다. 어깨가 뻐근해지고, 소화가 잘 안 되는 것 같을 때 더 나를 놔주려고 한다. 모순이 아닌 나를 잘 챙겨주기 위해서. 잘 쉬어가는 이 시간이 또 잘 달릴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줄 걸 알아서.


나만의 속도가 있다는 걸 이제는 아니까. 불안한 마음이 치고 올라올 때는 더 다독여줘야 한다는 걸 아니까.





일기일회, 오늘의 한 줄 : 오늘 아무것도 하기 싫었던 건, 흐린 날씨와 피곤함이 남아서였다. 내일도 일찍 일어나서 그림 그리러 가는데 어깨 안 아프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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