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 이런 사람이 있어서 좋아
위클리 플래너에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적었다. 완벽하게 하려고 하는 것보다는 오늘 해야 할 일들이 뭐가 있는지 써보면서 정리를 하기 위해서였다. 당장 우선순위로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는지, 급하지는 않지만 꾸준히 가져가야 하는 중요도 높은 일들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내가 적어놓은 것들은 전자보다는 후자가 더 많았다. 급하지는 않지만 계속 꾸준히 쌓아가야 하는 일이 제법 생기면서 당장의 성과로 연결되는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하던 것을 내려놓고 하나씩 지워가고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무의식적으로 배달음식을 주문할뻔했는데, 나 지금 가계부 쓰고 있지- 하는 생각에 아차 싶어서 빠르게 집에 있는 것들로 차려 먹었다. 요리를 잘하는 편이 아니라서 소소한 집밥이 되기는 했는데, 소소한 것이라도 이렇게 나를 위해 챙겨 먹으니까 괜히 뿌듯하기도 하고 배가 더 빠르게 부르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다 배가 불러서 멍하니 핸드폰을 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맞물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나갔던 것도 있었지만, 듣고 있는 라이프코칭의 과제와도 닿아있었기 때문이다.
영감을 주는 사람과 동기부여를 주는 사람은 다른 사람일까? 하는 질문이.
사전에서는 두 단어를 이렇게 정의한다.
영감
1. 신령스러운 예감이나 느낌.
2. 창조적인 일의 계기가 되는 기발한 착상이나 자극
- 유의어 : 아이디어, 예감(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에 암시적으로 또는 본능적으로 미리 느낌), 직관(감각의 작용으로 직접 외계의 사물에 관한 구체적인 지식을 얻음, 감각, 경험, 연상, 판단, 추리 따위의 사유 작용을 거치지 아니하고 대상을 직접적으로 파악하는 작용)
동기부여
1. 학습자의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일
2. 자극을 주어 생활체로 하여금 행동을 하게 만드는 일. 굶주림과 같은 생활체 내부의 동인과 음식과 같은 외부의 유발인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유발인이란, 동기부여의 원인이 되는 외적 자극, 이를테면, 굶주린 동물 앞의 음식물이나 명예심을 가진 자에게의 상장 따위라고 한다.
단어들을 정의를 했지만, 내가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보자면 영감은 느낌이자 자극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되는 것이고 동기부여는 의욕을 불러일으켜 행동을 하게 하는 것이라는 건데.. 그럼 인풋과 아웃풋?
이렇게 생각한다면 나는 정말, 영감을 주는 사람도, 동기부여를 주는 사람도 모두 옆에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H를 만나면 늘 영감을 받고 왔다. 아이디어가 갑자기 전구에 불이 들어오듯 튀어나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만들었다. 그래서 늘 그 대화하는 시간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지나갔고 다음의 만남이 기다려졌다. 내가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씩 잡아주기도 했고, 참 든든한 나무 같은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리고 M을 만나면, 나 지금 뭐 하고 있지? 왜 이렇게 뒤로 미루고 있었지? 라며 직접 실행을 하게 만들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정신을 바짝 차리게 만든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늘 그 만남은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늘 고마웠다. 길을 멈춰 서서 게으름의 미학을 즐기는 걸 뼈 때리는 말들로 정신 차리게 해 주기 때문이다. 다만 아주 가끔은 정신이 아득해지기도 했지만.
이렇게 두 사람 외에도 나는 든든한 사람이 많이 있는데, 왜 이런 걸 잘 모르고 있었을까 싶어지기도 하고 갑자기 든 생각에 밀려오는 깨달음에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한다. 나도 누군가한테 더 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잡게 되면서.
일기일회, 오늘의 한 줄 : 혼자 있는 시간이 좋고 편하지만, 이렇게 같이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 시간을 더 잘 즐기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